“치즈향 가득한 초원길”…임실에서 만나는 미식과 자연의 온기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유명 관광지만 찾았다면, 이제는 자연과 미식, 소박한 체험이 있는 곳으로 발길이 옮겨진다. 그렇게 사람들은 임실에서 치즈향과 바람,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진 순간을 찬찬히 누린다.
전라북도 중심 임실군은 환하게 펼쳐진 초원과 맑은 섬진강, 신선함을 품은 요리까지 자연 그 자체로 여행지가 된다. 요즘, 흐린 하늘에 기온은 오르지만 산들바람이 부는 이곳에는 치즈의 고소함이 일상에 스며든다.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유럽의 한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체험장에서는 어른·아이 모두 직접 치즈를 만들며 먹는 기쁨을 배운다. SNS에는 아이와 함께 주황빛 치즈피자에 웃음짓는 가족들의 ‘인증샷’이 늘었다. 실내놀이시설과 푸드코트, 풍경 좋은 초원이 이어져 있어서 엄마 아빠들도 “오감이 쉬어가는 곳”이라 표현했다.
이런 변화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가족 여행지가 자연 친화적 체험지로 이동하고, 식도락 여행 선호도가 높아진 흐름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가족 단위 국내여행에서 체험형 테마파크와 드라이브 코스 선호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옥정호는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운암면을 휘감은 거대 호수 위로 물안개가 피고, 노을이 드리울 때마다 사진가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특히 붕어섬은 보는 각도에 따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여행자들의 ‘비밀 포토존’으로 통한다. 한 여행자는 “호숫가 산책로를 걸으니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행 흐름을 ‘쉼표 라이프’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박은정 씨는 “기억에 남는 여행은 눈부신 명소보다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게 하는 공간에서 시작된다”며 “임실처럼 미식과 초원이 함께 하는 곳의 매력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이라 분석했다.
임실의 또 다른 보석, 사선대에서는 맑은 계곡물과 기암괴석, 숲길이 고즈넉함을 더한다. 시원한 암반 물줄기에 발을 담그는 순간, 아이들은 해맑게 뛰논다. “복잡한 도심 대신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 속에서 긴장이 풀린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표정에서는 여행의 본질을 엿볼 수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치즈 먹고, 호숫가 걷고, 아이와 숲길에서 뒹굴던 하루가 올해 가장 평온했다”, “임실의 가을은 색다른 추억을 만든다”는 글들이 공감을 얻는다. 여행자가 느낀 ‘당연한 여유’는 어느덧 일상 속 욕구가 됐다.
임실 여행은 인생에 작은 쉼표 하나를 남긴다. 미식도, 자연도, 가족의 웃음도 모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곳에서, 우리는 삶의 리듬을 조금씩 다시 배우고 있는지 모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