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수놓는 드론”…빛과 음악으로 물드는 태화강의 밤 → 축제의 새로운 감각
태화강 남구 둔치에 밤이 내리면, 빛의 물결이 조용히 스며든다. 예전에는 낮의 강이 도시의 삶을 품었다면, 이제는 밤하늘을 수놓는 드론쇼와 대형 음악공연이 울산의 밤을 또 다른 감각으로 채운다. 지금 태화강빛축제를 찾는 사람들은 기술, 예술,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순간을 마주한다.
요즘 울산에서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함께 야간 축제를 즐기는 풍경이 익숙해졌다. 축제 현장에선 드론쇼로 장식된 밤, 인순이나 유리상자 같은 가수들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공연 인증샷과 빛축제 체험담이 쏟아지며, 각 세대의 기쁨과 설렘이 교차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울산 남구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태화강빛축제는 최근 몇 년 사이 폭넓은 연령층의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패밀리존·감성존·비어파크·푸드트럭·플리마켓 등 가족과 청년, 여행자를 위한 공간도 확대됐다. “야간 축제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준다”는 분석도 늘고 있다.
문화관광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도시형 감각 축제의 확장’이라 부른다. 박현정(도시문화기획자)은 “빛과 음악, 기술이 결합한 온가족형 야간 축제는 지역민뿐 아니라 도시로 유입되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각적 추억을 남긴다”고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공연 틈틈이 함께 마련된 체험 부스와 라디오 공개방송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랑 밤에 이렇게 오래 도시를 걸어본 게 처음”, “드론쇼에서 아이가 웃는 모습에 나도 같이 행복했다”는 부모부터, “친구와 맥주한잔…이런 밤이 도시에 남아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청년층까지, 각자만의 감정을 고백한다.
태화강빛축제는 도시의 일상에 새로운 리듬을 만든다. 작고 사소한 밤의 선택이지만, 축제를 매개로 우리는 다시 한 번 서로의 얼굴과 도시의 얼굴을 오래 기억하게 된다. 밤을 여행하는 우리 모두의 기호가 달라졌다는 것은, 울산의 빛나는 변화에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