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 뺑뺑이 막자”…국회·의료계, 야간 공백 해법 모색
소아 야간 응급진료 공백이 반복되며 발생하는 이른바 소아 응급실 뺑뺑이 현상을 막기 위해 국회와 소아전문 병원계가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다. 특히 달빛어린이병원과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등 기존 사업의 구조를 손보고, 야간·주말 진료를 지탱할 인력과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논의되면서 소아응급 의료체계 재편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의료계에 따르면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 겸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12일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에서 소아의료체계 정책 회의를 열고 달빛어린이병원,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 사업 등을 중심으로 소아의료 공백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박 의원은 최근 미취학 아동과 초등 저학년을 둔 부모들로부터 야간 소아진료 공백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며 현장의 문제 원인과 해결책을 직접 찾겠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병원 시설을 둘러본 뒤 아이 중심 진료를 위해 상당한 투자가 이뤄진 점을 언급하며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을 포함한 지역 소아청소년 의료기관이 한마음으로 지역 아동 진료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심야 진료 시간 연장에 필요한 예산 확대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기 북부 의료기관의 인력 수급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의원은 120여 곳의 소아청소년병원을 아우르는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가 소아의료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협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소아의료체계 세부 과제와 발전 방안을 함께 설계하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서울 119 센터를 방문해 언론에 보도된 소아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발생하는 구체적 과정과 제도적 허점을 확인하고, 소아청소년병원이 해결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입법 과제와 연계한 움직임도 언급됐다. 박 의원은 같은 당 김윤 국회의원이 최근 발의한 어린이건강기본법 제정을 예로 들며 이 법안을 통해 소아의료 기반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예방·진단·치료를 포괄하는 기본법이 마련되면, 소아 응급과 야간 진료 체계에도 재정·인력 지원 근거를 담을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날 회의에서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소아청소년병원 현황과 소아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 달빛어린이병원 및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 사업의 운영 실태 등 정책 전반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붕괴된 소아의료체계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협조에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현재 주말 오후 6시 이후, 평일 오후 11시 이후에 소아의료 공백이 뚜렷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야간 진료를 이어가려 애쓰고 있으나, 전문의 부족과 병원 운영상 수지 악화로 지속 가능한 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소아응급과 야간 진료는 필수의료 영역에 속하는 만큼 국회와 정부 기관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도 설계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제언도 나왔다. 최 회장은 달빛어린이병원 제도를 개편해 1형 의원형, 2형 병원형으로 구분하는 등 기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규모 의원과 병원이 맡을 역할을 분리하고, 중증도와 시간대에 따라 진료 기능을 최적화하면 야간·주말 진료 공백을 줄이고 응급실 쏠림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네트워크 시범 사업에 대해서는 시범 기간에만 초점을 둘 경우, 환아와 보호자가 겪는 실제 부담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고통받는 환아를 위해 조기 평가를 실시하고 단점을 신속히 보완해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의원, 병원, 권역병원이 시간의존성 질환을 지연 없이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의는 디지털 헬스 인프라 확대와도 맞물려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소아 야간 진료 가능 기관 정보를 앱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제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진료할 수 있는 인력과 병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보만으로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어렵다. 국회와 소아전문 병원계가 공백 시간대를 명확히 규정하고, 병원형·의원형 역할 분담과 공적 재원 지원을 병행해야 정보 시스템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소아 응급·야간 진료를 공공 인프라 수준으로 바라보고,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전략과 재정 지원 틀 안에서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학령 전 아동을 중심으로 한 야간 발열·호흡기 증상 증가는 계절에 따라 반복되는 만큼, 상시 가동 가능한 네트워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산업계와 의료계에서는 국회와 정부가 이번 논의를 계기로 소아의료체계 전반을 재설계해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