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랠리에 레버리지까지 동원”…미국 뉴욕증시 상승, 서학개미 공격적 베팅에 변동성 경고
현지시각 기준 26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인공지능(AI) 기대와 금리 인하 전망을 바탕으로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조정 이후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한국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AI 관련 빅테크 쏠림 현상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뉴욕증시 강세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EU)·일본(Japan)·신흥국 증시 전반과 한국 개인 투자자의 자금 흐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현지시각 기준 26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69% 오른 6,812.61에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0.82% 상승한 23,214.69,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67% 오른 47,427.12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 성장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0.87% 상승했고, 소형주 지표인 러셀2000 지수도 0.91% 올랐다. 변동성 지표인 CBOE 변동성지수(VIX)는 17포인트 초반대로 내려가며 단기 공포 심리가 빠르게 가라앉았음을 보여줬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127/1764195185062_115541952.jpg)
이번 상승장의 정서적 중심에는 구글(알파벳)을 축으로 한 AI 기대와 반도체·빅테크 전반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급등했던 알파벳 A는 숨 고르기에 들어가며 1% 안팎 하락했지만,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1%대 상승세로 공백을 메우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 가까이 급등했고, 구성 종목 30개 모두 강세를 나타내며 AI 반도체 인프라 스토리 확산을 재확인했다. 구글의 텐서 처리 장치(TPU)가 AI 산업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맞춤형 반도체에 강점을 가진 브로드컴은 3%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고, ASML·AMD·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핵심 장비·칩 업체들도 3%대 강세를 이어갔다.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수요의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오라클도 4%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오라클은 오픈AI와의 대규모 계약으로 장기 성장 기대가 부각됐지만, 대규모 설비투자와 높은 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9월 이후 투자 심리가 위축됐던 종목이다. 도이체방크의 브래드 젤닉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은 재무적·운영상 위험이 있지만, 오픈AI 백로그가 탄탄한 투자수익률을 보여주고 있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매력적인 진입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분석을, 빅테크 일변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2선’ AI 수혜주에도 선택적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주 뉴욕증시는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로 거래일 수가 줄어든 가운데 6월 말 이후 가장 강한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웰스얼라이언스의 에릭 디튼 대표는 “지난 1~2주간 나타났던 위험 회피 분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추수감사절이 낀 주는 통상 시장이 강했다”고 진단했다. 계절적 요인과 단기 숏커버링,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결합한 전형적인 ‘홀리데이 랠리’ 패턴이 재현됐다는 분석이다. 27일 휴장과 28일 조기 폐장으로 거래량이 얇아진 가운데 지수는 가볍게 위로 밀렸고, 이는 변동성 축소와 위험 프리미엄 하락으로 이어졌다.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와 의료·헬스케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상승했다. 기술·유틸리티·소재 업종이 1%를 웃도는 오름세로 지수를 견인했다. 연중 최대 소비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소매 업종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월마트가 1.96%, 홈디포가 1.25% 각각 상승했고, 베스트바이는 이틀 사이 약 7% 급등하며 할인 행사를 통한 매출·이익 개선 기대를 반영했다. 대표 소매 ETF인 SPDR S&P 리테일 ETF는 이번 주 들어 약 6% 오름세를 보였고, 신임 최고경영자(CEO) 선임 기대가 겹친 콜스도 전날 42% 급등에 이어 7.49% 추가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소매주 동반 강세가 노동시장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의 체력이 아직 견조하다는 판단을 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시 변수도 위험자산 선호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80%대 중반으로 반영하고 있다. 완화 기대가 상당 부분 가격에 선반영된 상황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오히려 금리와 주식시장의 과도한 불안을 제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6천건으로 시장 예상치와 직전치를 모두 밑돌았다. 30년 평균과 2015~2019년 평균을 모두 하회하는 수준으로, 해고 급증보다는 ‘점진적 냉각’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신호로 평가된다. 정부 셧다운 여파로 지연됐던 9월 내구재 주문도 0.5% 증가로 발표돼, 통신장비를 중심으로 AI 인프라 관련 설비투자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 같은 미국 거시 환경 변화는 한국 투자자에게 환율 측면에서도 의미를 던지고 있다. 11월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8원 오른 1,470원을 기록하며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됐다. 지수와 개별 종목이 달러 기준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환율까지 오르면서,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원화 기준 수익률이 더 확대되는 구조가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환율 우위가 장기 수익률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며, 단기 환차익에 치우친 투자 판단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집계는 서학개미의 실제 자금 배분 변화를 보여준다. 11월 25일 기준 미국 증시 상위 50종목 보관금액 합계는 172조 648억원으로, 직전 집계일보다 3조 4,550억원 늘었다. 뉴욕증시 반등 구간에서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익스포저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다만 보관금액 통계는 하루 시차를 두고 집계되기 때문에, 26일 주가 움직임과 25일 보관금액 증감 사이에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서학개미 자금이 이미 전일 변동성을 반영해 움직인 뒤, 그 연장선에서 26일 장중 흐름이 이어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종목별 보관금액을 보면 서학개미의 위험 선호가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 드러난다. 테슬라는 보관액 38조 3,698억원으로 최대 비중을 유지했고, 전일 대비 1,999억원 증가했다. 주가는 426.5달러로 1.69% 상승했다. 가격 상승과 보관액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고변동성 성장주에 대한 저가 매수와 추세 추종 수요가 맞물린 전형적인 패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엔비디아는 1.37% 상승한 180.26달러에 마감했지만, 보관액은 24조 6,779억원으로 6,010억원 줄었다. 국내 투자자들이 반등 국면에서 일부 차익을 실현하고, 레버리지 ETF나 2·3선 AI 수혜주로 비중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팔란티어 테크 보관액은 8조 9,162억원으로 658억원 증가했고, 주가는 1.36% 오른 165.77달러를 기록했다. 데이터 분석·AI 플랫폼에 대한 장기 성장 기대가 유지되는 가운데, 고점 부담에도 매수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알파벳 A는 보관액이 8조 621억원으로 2,051억원 증가했으나, 주가는 1.06% 하락한 320.01달러로 마감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단기 조정 구간을 ‘조정 매수’ 기회로 활용하며 구글의 AI 전략과 TPU 경쟁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애플의 보관액은 6조 8,939억원으로 164억원 늘었고, 주가는 0.18% 상승한 277.47달러를 기록해 장기 보유 성격의 자금이 두텁게 깔려 있음을 보여줬다.
ETF에서는 서학개미의 공격적인 위험 선호가 더욱 두드러진다. 나스닥 대표 ETF인 인베스코 QQQ의 보관액은 5조 3,343억원으로 361억원 증가했고, 가격은 0.88% 상승한 614.27달러에 마감했다. 그러나 3배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보관액은 4조 8,298억원으로 무려 2조 4,430억원 증가해 상위 종목 중 증가액 1위를 기록했다. 주가는 2.64% 오른 53.38달러였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QQQ ETF도 보관액이 1조 8,752억원으로 9,466억원 늘어 증가액 2위를 차지했고, 주가는 1.77% 상승한 70.74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나스닥 반등 구간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를 활용해 방향성 베팅을 집중적으로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아이온큐 보관액이 5조 2,602억원으로 980억원 늘었고, 주가는 46.9달러로 0.34% 소폭 하락했다. 양자컴퓨팅이라는 고위험·고수익 스토리에 베팅하는 자금이 조정 구간을 활용해 물량을 조금씩 늘리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보관액 5조 300억원(63억원 증가), 주가 485.5달러(1.78% 상승)로 AI 플랫폼·클라우드 양대 축으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브로드컴은 보관액 4조 4,211억원에 497억원이 유입되며 3.17% 급등한 397.25달러로 마감했다. 반대로 디렉션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는 주가가 8.35% 급등했음에도 보관액은 489억원 감소해, 극단적 레버리지 상품에서는 단기 차익 실현이 병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보관금액 증가액 상위 종목은 국내 투자자의 향후 전략을 가늠할 단서로 꼽힌다. 울트라프로 QQQ ETF와 울트라 QQQ ETF가 1·2위를 차지했고, 알파벳 A, 테슬라, 아이온큐, 메타 플랫폼, 팔란티어 테크, 뱅가드 S&P 500 ETF, 아마존닷컴, 브로드컴이 뒤를 이었다. 지수가 연중 고점권에 진입한 상황에서도 레버리지 나스닥과 AI 빅테크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어, 서학개미가 공격적인 성장·기술주 중심 포지셔닝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엔비디아처럼 보관액이 줄어든 종목도 존재하는 만큼, AI 전반에 대한 무차별 베팅보다는 종목 간 차별화와 비중 조정이 병행되는 양상도 관측된다.
상위 50개 미국 주식 보관금액 추이는 이러한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11월 초 170조원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보관액은 단기 조정 구간에서 한때 160조원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저점 매수와 레버리지 포지션 확대가 맞물려 11월 24일 168.6조원, 25일 172.1조원으로 빠르게 회복됐다. 월별 흐름을 보면 2025년 미국 증시 보관금액 총액은 1~3월 조정을 거친 뒤 5월 이후 꾸준히 우상향해 10월 249.93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현재는 229조 6,352억원으로 전월 대비 8.1% 줄었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늘어난 상태다. 국내 투자자들이 일부 이익을 실현하면서도 레버리지 ETF와 AI 성장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개별 종목과 나스닥 지수의 최근 한 달 흐름을 비교하면 이런 자금 이동의 배경이 선명해진다. 10월 말 이후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AI·전기차 종목은 지수보다 훨씬 큰 폭의 조정과 반등을 반복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은 완만한 조정 후 회복에 그쳤지만, 개별 빅테크·AI 종목 변동성은 훨씬 컸다. 서학개미는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ETF와 고변동성 종목을 활용해 수익 기회를 노리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곧바로 서학개미 투자 기반의 구조적 취약성을 의미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역사적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내구재 주문이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미국 실물경제가 견조한 가운데, 연준의 정책 완화 기대와 10년물 국채금리 안정이 단기적으로 위험자산 선호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S&P 500 상위 10개 종목에 수익과 시가총액이 과도하게 쏠린 구조와 AI 기대가 키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작은 뉴스에도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는 올해 들어 S&P 500이 배당 포함 약 16% 상승하며 3년 연속 강한 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미국 10대 대형주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럽·일본·신흥국 등 해외 주식과 중소형주에 대한 분산 투자가 향후 포트폴리오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에 주가 상승이 누적된 현재, 미국(USA)과 유럽(EU), 일본(Japan) 등 주요국 간 수익률 격차와 밸류에이션 차이를 점검하며 섹터·지역별 재배분을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결국 이번 주 뉴욕증시는 기술주·반도체·레버리지 나스닥 ETF를 앞세운 강세장 속에서, 미국·유럽·일본·신흥국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폭넓게 확산되는 단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수 상승과 보관금액 증가는 투자 심리 회복의 결과일 뿐, 향후 수익률을 보장하는 안전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경고도 나온다. 특히 서학개미의 경우 테슬라·엔비디아·아이온큐·레버리지 QQQ ETF 등 변동성이 큰 종목 비중이 높은 만큼, AI 기대와 금리 인하 전망이 흔들리는 순간 심리 변화가 곧장 가격 급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단기 랠리 속도에 매몰되기보다 기업 펀더멘털과 글로벌 유동성 여건, 감내 가능한 위험 한계를 점검하며 포지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연말로 갈수록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AI 투자 사이클 변화가 글로벌 자산 가격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