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결승 투런 아치”…에레디아, KIA전 맹타→SSG 매직넘버 5로 단축
인천 SSG랜더스필드는 밤하늘을 가르는 투런포와 함께 숨죽였던 긴장감을 열광으로 바꿨다. 0-0의 균형이 이어지던 5회말, 에레디아가 힘껏 잡은 방망이는 우중간 담장을 가로질렀고, 그 순간 1만9천974명 팬의 함성은 뜨거운 에너지가 돼 홈 벤치를 적셨다. SSG 랜더스가 KIA 타이거즈를 5-0으로 완파하며 준플레이오프 직행 매직넘버를 5로 줄였다.
이날 SSG는 3위 굳히기와 포스트시즌 진출에 한 발 가까워지는 귀중한 승리를 기록했다. 경기 초반 양 팀 선발진은 한 점도 내주지 않는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갔다. SSG 선발 투수는 이닝마다 강속구와 변화구를 섞으며 KIA 타선을 봉쇄했고, KIA 역시 안정적인 수비와 빠른 견제로 실점을 차단했다. 힘겨운 균형은 5회말 갑작스럽게 깨졌다.

2사 1루에서 타석에 선 에레디아는 상대 선발 김태형을 상대로 초구 시속 148㎞짜리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 밖으로 홈런을 보내며 경기를 단번에 뒤흔들었다. 에레디아는 3타수 2안타 2타점의 활약으로 팀에 결승점뿐 아니라, 이날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9월 들어 셋째 출산 이후 26타수 10안타(타율 0.385), 2홈런, 4타점의 맹타를 이어오며, 가족과 함께하는 각별한 시간을 그라운드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에레디아는 경기 후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4개월이 지났다. 오늘 홈런은 누나가 보내준 선물 같다"며 감동을 전했다. 5월, 암 투병 끝에 누나를 떠나보낸 뒤 홈경기에서 동료들과 함께 추모 세리머니를 이어온 바 있다. 에레디아는 또 최근 셋째 출산 당시 구단의 배려로 가족 곁을 지켰다. 그는 “구단 덕분에 아들을 볼 수 있었다. 돌아온 뒤 꼭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SSG는 이날 승리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매직넘버를 3으로 줄이면서, 준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한 발판을 탄탄히 다졌다. 반면 KIA는 8위에 머물며 추가 1패시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는 벼랑 끝에 몰렸다.
에레디아는 “지금부터 남은 모든 경기가 결정적이다. 꼭 3위를 지켜 정규시즌을 마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팬들에게는 “거의 2만 명이 힘찬 응원을 보내줘서 우리 모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변함 없는 지지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루의 빗물이 잔잔히 그라운드를 적실 때, 선수들의 마음산책도 잠시 멈춰선다. 경기의 뜨거운 순간마다, 관중의 목소리는 선수들에게 위안을 안기며 다음 승리로 이끌곤 한다. 이날 경기와 에레디아의 헌신, 그리고 팬들의 뜨거운 한 마음은 분명 올 가을 야구의 또 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