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아래 한옥과 바다”…김포에서 만나는 사계절의 여유
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누군가는 고요함 속의 예술에, 또 누군가는 싱싱한 바다의 맛에 이끌려 김포를 찾는다. 예전엔 스쳐 지나던 교외였지만, 이제는 시간을 머금은 한옥과 바다 포구의 풍경이 일상의 쉼표가 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가 담겨 있다.
요즘은 “오늘 어디 갈까?” 고민 끝에 김포를 산책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17일 서울 근교 도시에 구름이 많이 내려앉고, 하늘은 흐릿하게 맑다. 21.8도의 선선함 속, 김포아트빌리지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산책을 즐기는 가족과 연인들이 눈에 띈다. 익숙한 한옥 곁 현대 미술 작품이 조용히 공간을 채우고, 전통놀이마당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SNS에서는 한옥 감성 인증샷이나, 포구 횟집 앞 수조를 찍은 사진이 부쩍 자주 보인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읽힌다. 최근 경기관광공사 발표에 따르면 한옥마을·전통공예 체험형 관광지의 평일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미술관, 전시회 등 창작 공간 체험을 선호하는 3040 세대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대명포구에서는 어시장 어느 곳에나 ‘싱싱’이라는 말이 붙는다. 횟집과 어판장을 이끄는 상인들은 “계절마다 미식가들이 일부러 찾는다”고 표현했다.
장소와 시간을 입체적으로 느끼는 이 흐름을 전문가들은 “로컬 체험형 취향의 부상”이라 부른다. 한옥에서 부는 산들바람, 바다 건너오는 갯내음에 머물러보는 감각적 충족. 심리학자 김유진 씨는 “복잡한 정보 사회에서 마음이 쉬는 공간, 느린 경험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조용한 한옥에서 차 한잔 하면 마음이 참 편해진다”, “포구에서 제철 대하 먹고 바람 쐬는 게 소소한 호사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가까운 데서 발견하는 낯섦, 지친 마음에 선물하는 새로운 취향이다. 주말마다 ‘당일치기 김포 여행’을 계획하는 커뮤니티 글도 늘고 있다.
김포아트빌리지처럼 시간의 결이 남은 공간에서 예술을 만나는 일, 바닷바람 속 포구에서 그날 가장 싱싱한 회를 맛보는 작고 느린 행복. 도로를 따라 덕포진 옛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한반도의 옛 역사를 손끝으로 어루만지는 기분이 든다.
여행의 목적이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김포에서 보내는 오늘 하루가 각자의 ‘리셋’을 위한 다정한 여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