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공식 합류”…세계 최대 R&D 시장 개방 신호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유럽연합(EU)의 초대형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 지위를 획득하며 글로벌 첨단기술 무대에 한발 더 다가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외교부는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한국-EU 간 호라이즌 유럽 참여 협정 및 준회원국 가입 의정서에 공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 연구자는 2025년 1월부터 총 7년간 약 955억 유로(150조 원) 규모의 R&D 예산 중 산업경쟁력과 글로벌 도전 분야(필러2)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이번 준회원국 가입을 ‘국가 연구개발 연결성 도약’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은 1984년 시작된 EU 프레임워크 프로그램(FP) 시리즈의 9번째 프로젝트로, 현재 27개 회원국과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등 19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 R&D 플랫폼이다. 이번 가입으로 아시아 최초이자 20번째 준회원국이 된 한국은 이미 유럽 연구자들과 다자 협력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장 실증 단계의 과제들을 신청하고 있으며, 향후 국내외 연구자 간 교차혁신과 기술 융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번 협정의 핵심은 EU 회원국들과 동일하게 ‘필러2’ 분야 연구과제에 참여, 선정되면 별도 국내 평가 없이 EU 예산에서 직접 연구비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첨단바이오 등 차세대 먹거리 분야에서 신속한 글로벌 공동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국내 연구자 대상 사전기획과제 지원, 설명회 개최, 한-EU 네트워킹 포럼 신설 등 후속 지원에 착수했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 공식 합류는 미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주요국 대비 연구협력 외연 확대에 결정적 계기가 된다. 특히 EU는 다국가 연구기금이 투입되는 선형·원천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표준과 산업규범을 주도해왔는데, 한국 참여로 상호 기술이전과 규범창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준회원국과의 프로젝트 공모 경쟁도 빠르게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한편, 이번 협정의 초기 적용을 통해 한국 연구자들은 내년부터 EU 시스템과 동일한 규제 틀, 과제선정 절차를 적용받는다. 동시에 식약처,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가 EU와의 첨단산업 규제 동조화, 개인정보 및 연구윤리 분야의 데이터 이동 국제표준 수립 등 제도 정비도 병행하고 있다. 정부 및 외교부는 “첨단 기술‧산업 규범의 국제공조 모델을 확산해 한국-EU 미래 협력을 지속 심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호라이즌 유럽 진입은 국내 연구생태계의 글로벌화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핵심”이라며 “AI,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 공통 프로젝트가 실현될 경우 한국 산업 구조 전환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산업계는 이 기술협력 체제가 실제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