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첫 여성 총재 선출”…정부, 새 日내각과 협력 지속 의지
한일관계를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이자 사실상 차기 총리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선출되면서, 외교부를 중심으로 신중한 발언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4일 "새 내각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한일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이어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는 10월 중순 일본 국회의 총리지명선거를 거쳐 새로운 내각이 공식 출범할 예정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양국은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이날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제29대 총재 선거 결선에서 185표를 얻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을 누르고 자민당 첫 여성 총재에 올랐다. 오는 15일께 실시될 일본 의회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의 후임자로 취임할 전망이다.
한일관계의 향후 방향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외교부는 "셔틀외교가 이미 복원된 만큼, 새 총리와의 교류도 유지될 것"이라며, 적절한 시점에 추가 협의를 할 수 있다며 신중론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퇴임을 앞둔 지난달 30일 부산 회담에서 양국 우호관계를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의 향후 행보에 대해 우려도 제기된다. 강경 보수, '극우' 성향으로 꼽히는 그는 과거 각료 시절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한 전력이 있다. 만일 총리 취임 후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강행될 경우,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무게를 얻는다.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한일 양국은 물론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해왔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보수 지지층을 겨냥해 야스쿠니신사를 찾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자민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현재 정치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 야당 견제와 외교 여론도 총리가 무시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기존 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진 수석연구위원은 "한일관계 악화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경험했던 외교 부담을 일본도 의식하기 때문에, 틀을 깨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해온 한일 실용외교 기조는 다카이치 신임 총재의 구체적 행보, 특히 야스쿠니신사 참배 여부에 따라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정치권은 새 일본 내각 출범과 함께 양국 관계의 긴장과 협력 모두가 잠재된 정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