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신약을 국가전략기술로”…보건복지부, 세제 지원 확대 논의 착수
합성신약을 둘러싼 정부와 제약업계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세제 지원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할지 여부가 K-제약바이오 산업의 수출 전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을 통해 합성의약품을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관계부처와 법률 개정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합성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전략 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주목하는 배경에는 합성의약품이 차지하는 시장 비중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합성의약품은 전 세계 제약 시장의 60%를 차지했다. 특히 같은 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 26조 9천억 원 가운데 85%가 합성의약품으로 집계됐다. 전통적인 제약 분야로만 여겨졌던 합성신약이 여전히 글로벌 제약산업의 주류라는 판단이다.
국제 신약 허가 추이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최근 10년간 미국 식품의약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 가운데 50∼60%가 합성의약품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바이오의약품이 부상하는 가운데에서도 합성신약이 당분간 글로벌 신약 시장의 한 축을 견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신약개발 흐름을 봐도 합성신약의 비중은 크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은 총 1천701건이며, 이 중 합성신약이 789건으로 46%를 차지했다. 정부는 합성신약이 사실상 K-신약 개발의 본체에 해당하는 만큼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술 수준도 일정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라는 분석이다. 국내 합성의약품 기술력은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80 수준으로 평가된다. 유럽 90, 일본 88에 이어 중국과 함께 글로벌 4위권에 위치한다. 복지부는 아직 격차가 남아 있지만, 현재 기술력만으로도 주목할 만한 성과가 축적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가 대표 사례다. 두 약물은 저분자 기반 합성신약으로 대규모 해외 기술이전과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입을 달성했다. 정부는 이 성과가 K-제약바이오 수출 경쟁력의 실질적인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합성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면 이 같은 성공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인정될 경우 관련 기업은 합성신약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대해 보다 큰 폭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R&D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합성의약품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합성의약품이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국내에서는 기술이전과 수출에 기여하는 영역이라며 이런 중요성을 감안해 세제 지원 확대가 이뤄지도록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국가전략기술 지정 논의가 세제 지원 확대와 맞물려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여당은 수출 주도 산업 육성과 연계된 과학기술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야당 역시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재정 여건과 특정 산업 중심 지원의 형평성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변수로 거론된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합성의약품의 국가전략기술 포함 여부를 최종 검토할 계획이다. 국회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합성신약 지원 범위와 수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크며, 향후 회기에서 관련 세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