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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흔들린 북미 시장…트럼프 정책發 라틴계 소비 급감→미국 소비재 기업 줄타기 시작”
국제

“코카콜라 흔들린 북미 시장…트럼프 정책發 라틴계 소비 급감→미국 소비재 기업 줄타기 시작”

오태희 기자
입력

북미의 여름 햇살 아래, 소비의 활기로 넘치던 미국 대도시의 대형 매장들에 고요한 침묵이 깃들기 시작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 정책이 도시의 맥박마저도 서서히 변화시키며, 라틴계 소비자의 발길을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거리에 남은 긴장과 경계심은 단지 사회의 풍경만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경제와 기업의 심장부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 코카콜라의 북미 판매는 1분기 동안 3%나 하락하며, 라틴계 고객의 소비 위축이라는 현실을 정직하게 반영했다.

 

코카콜라 측은 이러한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라틴계 고객의 구매 감소를 꼽았다. 더불어 콜게이트-팜올리브, 주류회사 컨스텔레이션 브랜드, 패스트푸드 체인 윙스탑 등도 잇따른 매출 감소를 호소한다. 멕시코 맥주에 매출의 대다수를 의존하는 컨스텔레이션 브랜드의 경우, 라틴계 소비자가 일상 소비를 멈추는 변화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ICE, 즉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거센 검문과 추방 정책이 본격화되며, 합법적 체류자마저 외출을 꺼리고, 쇼핑과 외식 같은 일상마저도 주저하게 된 것이다.

‘코카콜라’ 북미 판매 3% 감소…美 이민자 단속에 소비재 매출 타격
‘코카콜라’ 북미 판매 3% 감소…美 이민자 단속에 소비재 매출 타격

‘슈 팰리스’ 매장을 운영하는 JD스포츠의 레지스 슐츠 최고경영자는 “고객의 매장 방문이 뚜렷하게 줄었다”며 매출 부진에 이민 정책이 확실히 드리운 그림자를 실감한다 밝혔다. 이 흐름은 단순한 통계 속 숫자에 머물지 않았다. ICE 단속에 항의하는 로스앤젤레스 시민들의 시위,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주 방위군·해병대 투입령 등 연이은 조치들은 라틴계 공동체의 일상을 점차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텍사스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주차장에 ICE 요원이 보이면, 손님이 두려워 돌아간다”며 현장의 침묵을 전한다. 시민권을 얻은 이민자마저도 밤길을 피하고, 신분증과 서류를 품에 지닌 채 조심스럽게 하루를 산다. 컨스텔레이션 브랜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라틴계 고객의 75%가 외식을 줄였다고 응답했고, 시장조사업체 칸타 집계에선 월그린스, 홈디포, 달러제너럴 등 대형 소매매장의 방문객 수가 각각 8~10%가량 감소한 것이 확인됐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마누엘 마르찬트는 귀화한 시민임에도 저녁 외출을 삼가고 있다는 고백과 함께, 이 땅에서 라틴계로 살아가는 일상의 긴장과 불안을 담담히 내비친다. 이처럼 라틴계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의 위축과 기업 실적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이민 정책이 시장의 흐름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그 불확실성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기업과 공동체 모두가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 긴장 속에 방향을 저울질하는 지금, 미국 소비 시장의 회복력은 또 한 번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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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트럼프행정부#라틴계소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