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마다 멈춘 4호선”…전장연 지하철 시위로 본 장애인 권리 예산 갈등
27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진행되며 혜화역이 한때 무정차 통과됐다. 출근 시간대 시위가 반복되면서 장애인 권리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시민 불편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오전 8시 20분경 4호선 혜화역에서 시작됐다. 전장연이 역사 내에서 승하차를 반복하는 ‘지하철 타기’ 시위를 벌이자 공사는 열차를 혜화역에 정차하지 않고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탑승 시위는 약 30분간 이어졌으며, 오전 8시 52분경 종료돼 현재 혜화역은 정상 운행 중이다.

전장연은 혜화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탑승하며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날 시위 장면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하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관련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이 같은 지하철 탑승 시위는 이달 들어 잦아졌다. 전장연은 25일 오전에도 4호선 혜화역과 한성대입구역에서 시위를 벌여 해당 역이 무정차 통과됐고, 26일에는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같은 방식의 시위를 진행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 지연과 안전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출근 시간대 도심 구간에서 시위가 이어지면서 시민 불편 호소도 쌓이는 분위기다. 전장연 공식 홈페이지에는 “출근길이 반복적으로 지연된다”는 취지의 글과 함께 시위 방식에 대한 비판 의견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일부 시민은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거나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길에 나서는 등 우회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장연은 지난 5일부터 평일 출근 시간대에 맞춰 주요 역사를 돌며 ‘지하철 타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단체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 활동지원 서비스 확대, 이동권 보장 사업 등에 필요한 예산이 2026년 정부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예산 편성 주체들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반면 서울교통공사와 이용객들은 열차 운행 지연과 역사 혼잡, 안전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교통공사 관계자들은 열차 간격 유지와 승강장 안전 확보를 위해 역 무정차 통과, 안내 방송 강화 등 조치를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당분간 매일 오전 역사 내에서 이어질 예정이라고 예고된 상태다. 장애인 권리 예산을 둘러싼 쟁점과 시민 이동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정부와 지자체, 서울교통공사, 전장연 등 이해 당사자 간 협의가 향후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경찰과 관계 기관은 추가 시위 일정과 시민 불편 정도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