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디지털시장법 수수료 인하”…소비자 가격 9%만 내려 산업 파장 우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디지털시장법(DMA)으로 앱 스토어 내 인앱 결제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실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진 경우는 전체의 9%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애널리시스 그룹은 1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DMA 시행 이후 앱 개발자의 수수료 부담은 약 10%포인트가량 줄었으나 소비자의 실질 혜택은 제한적임을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책이 “플랫폼 경쟁 환경 개선”의 분기점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과적으로 기대에 비해 실효성이 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시장법(DMA)은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로, 2023년 3월부터 시범 적용됐다. 애플은 이 법에 따라 EU 지역 앱 개발자에게 별도의 대체 비즈니스 약관을 제시하며, 앱스토어 내 앱·디지털 상품·구독 판매 수수료를 낮췄다. 하지만 대체 약관을 도입한 이후에도 실제로 가격 인하를 택한 개발자는 9%에 그쳤으며, 나머지 90% 이상은 기존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수수료 인하 효과가 소비자가 아닌 개발자에게로 환원되는 경향을 경고했다. 인하분의 86% 이상이 EU 외부 개발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수료 체계 개선이 소비자의 부담 경감으로 직결되지 않는 점은 IT 플랫폼 산업의 고질적 구조로 꼽힌다. 애플이 과거 미국에서도 중소 개발자 대상 수수료 인하 프로모션을 시행했으나, 소비자 가격 하락은 소수에 그쳤던 전례도 있다.
글로벌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 경쟁 구도에는 제한적 변화만 나타났다. 미국과 EU 등지에서 디지털 플랫폼 법안이 잇따라 발효 중이나, 가격 결정권이 개발자 혹은 퍼블리셔에 집중돼 실질적 소비자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DMA 같은 강제적 규제가 오히려 혁신 및 스타트업 진입 장벽을 높이고,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 수준 저하 및 보안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애플 관계자는 “DMA가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지 못하고, 데이터 보호와 사용자 경험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IT업계 전문가들은 “소비자 이익 환원이 미흡한 만큼 산업 생태계 전체의 균형 잡힌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와 실질 소비자 보호 사이에 균형을 찾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