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외교전 관전포인트”…트럼프·시진핑, APEC 정상회의서 미중 전략 대결 예고
무역·안보를 둘러싼 미중 간 전략경쟁이 다시 한 번 뜨거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31일부터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정상이 13년 만에 동시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한층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은 거의 확정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는 전날 연설에서 "경주 APEC에서 한미 두 정상이 만난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시사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중국 외교장관 회담 뒤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확실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밝혔다.

만약 두 정상이 경주에서 마주할 경우,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의 미중 정상 동시 방한이다. 참석이 확정되면 트럼프 2기 출범 후 첫 미중 정상 대면이자, 세계 무역질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미국과 중국 모두 APEC 회원국을 상대로 자신들의 통상 질서 구상을 적극 설파할 준비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등 보호무역 중심 정책을 고수해왔으며, "더는 과거와 같은 질서가 통하지 않는다"고 각국에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시진핑 주석과 중국은 "자유롭고 열린 국제무역 질서"를 강조하며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일방적 괴롭힘이 횡행하는 속에서 무역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중심의 통상정책에 대한 견제로 읽힌다.
두 정상의 입장 차는 APEC의 전통적인 자유무역 기조와 맞물려 회원국 내 포지셔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간 APEC은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경제 무대였으나,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의 보호무역이 심화되며 일본, 캐나다, 한국 등 전통 우방국들도 이해득실에 따라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중국이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점도 회원국들의 전략 조정에 요인을 제공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자유무역을 주장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 전에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높인 당사자가 중국이었다"며, "결국 미중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APEC의 화합 정신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주 APEC 정상회의 전후로 미중 양자 정상회담 가능성도 주목된다. 상호 관세와 무역전쟁 이슈를 놓고 공식 담판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지만, 중국의 트럼프 대통령 초청 등 복수의 변수로 일단 구체 일정은 미정이다. 국립외교원 민정훈 교수는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미중 양측 입장을 조율하며 갈등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치권과 외교가는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간 전략적 갈등이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드러날지, 또 한국 외교의 중재력이 어떻게 발휘될지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 정부는 APEC 정상회의에서 한미, 한중 정상회담 추진과 회원국의 자유무역 협력 재확인 등 다각적 외교전략을 병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