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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445억 해킹 여파…네이버, 두나무 M&A 리스크 부각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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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445억원 규모의 해킹 사고가 발생하며 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 전략에 보안 리스크 변수가 떠올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 발표된 직후 보안 사고가 겹치면서, 시장은 핀테크 확대 전략의 성장성과 함께 규제와 신뢰 이슈를 동시에 따져보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품은 빅테크의 지배구조와 보안 거버넌스 수준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만2000원 하락한 25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률은 4.55퍼센트로, 장 초반 2퍼센트대 약세에서 업비트 해킹 소식이 알려진 이후 낙폭이 확대됐다. 네이버가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를 품는 구조로 재편되는 시점에 대형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서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부담 요인이 된 모습이다.  

해킹 사고는 새벽 시간대에 발생했다. 두나무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42분경 솔라나 네트워크 계열 자산 일부, 약 445억원 상당이 업비트 내부에서 지정하지 않은 지갑 주소, 즉 알 수 없는 외부 지갑으로 전송된 정황이 포착됐다. 두나무는 비정상 이체로 판단하고, 추가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업비트 내 자산을 모두 콜드월렛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콜드월렛은 인터넷과 분리된 오프라인 저장 방식으로, 해킹 난이도가 높아 디지털 자산 보관의 핵심 수단으로 쓰인다.  

 

두나무는 고객 자산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고 수습에 나섰다. 회사 측은 업비트가 보유한 자산으로 고객 피해 금액을 전액 보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부 재원을 활용해 손실을 메우고, 고객 계정 잔고에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두나무는 업비트가 고객 자산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으며, 이번 사고가 고객 잔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디지털 자산 거래 플랫폼 특성상 사고 원인 분석, 내부 접근 관리 체계, 스마트컨트랙트와 지갑 관리 시스템 등의 기술적·관리적 통제가 어느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후속 검증이 불가피해 보인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지배구조 재편은 전날 장 마감 이후 공식화됐다. 네이버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주식 교환 방식으로 100퍼센트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로 정해졌고, 양사 기업가치는 1대 3.06 수준에서 산출됐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내부화해, 간편결제와 금융 플랫폼을 넘어 디지털 자산까지 포괄하는 종합 핀테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두나무의 전략 방향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이날 성남 네이버 사옥 1784에서 열린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세 회사의 협력 구상을 제시했다. 송 회장은 두나무,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 3사가 힘을 합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결합한 차세대 금융 인프라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결제 영역을 넘어 투자, 대출, 자산관리, 나아가 쇼핑과 콘텐츠 등 생활 서비스까지 엮어내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질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AI와 블록체인 결합은 금융 데이터 분석과 거래 인프라 측면에서 시너지가 크다. 예를 들어 AI는 고객 행동 분석, 신용도 평가, 이상 거래 탐지에 활용될 수 있고, 블록체인은 거래 이력의 위변조 방지와 토큰화 자산의 발행·정산 인프라 역할을 한다. 업비트와 같은 대형 거래소를 품게 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 데이터를 넘어 온체인 거래 데이터까지 확보해, 신용 scoring 고도화와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실시간 리스크 관리 등 고도화된 핀테크 서비스를 구현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나 해킹과 같은 보안 사고가 반복되면 AI 기반 리스크 모델의 신뢰성과, 블록체인 인프라의 기술적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될 수 있다.  

 

증권가는 두나무 편입이 네이버의 외형 성장과 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두나무 연결 편입을 통해 매출과 이익 규모 확대는 물론 토큰과 코인 분야에서의 사업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가 보유한 검색과 커머스, 콘텐츠 플랫폼 위에 두나무의 디지털 자산 비즈니스가 결합하면, 토큰 기반 리워드, 결제, 투자 연계 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여지도 크다는 평가다.  

 

다만 글로벌 규제 환경과 보안 요구 수준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고객확인의무, 내부 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디지털 자산 기본법 논의와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수준 상향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업비트 해킹 사고는 네이버 그룹 차원에서 정보보호 체계와 사고 대응 프로세스를 어느 수준으로 재정렬할지, 이사회와 사외이사 등 지배구조 차원에서 어떤 감독 장치를 둘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와 블록체인의 융합 금융 인프라가 본격 상용화되면 거래 속도와 서비스 다양성은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그만큼 보안 사고의 파급력도 커진다. 투자자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함뿐 아니라 자산 보호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계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성장 스토리로 이어질지, 아니면 보안 리스크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기술과 신뢰, 성장과 규제 간 균형이 향후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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