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에너지는 좋은 에너지”…트럼프 행정부, 세계은행에 화석연료 자금 지원 압박에 논란
현지시각 22일, 미국(USA)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은행(World Bank)에 대해 가스 시추 등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백악관이 에너지 정책 기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에서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위주로 급선회함에 따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부문 지원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1월 트럼프 대통령 복귀 직후 “드릴 베이비 드릴”을 내세우며 화석연료 개발 재강화 기조를 선포했다. FT는 5명의 개발 당국자 발언을 인용, 미국 측이 세계은행 이사회에 직접적으로 개발도상국 에너지 분야 투자 확대를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세계은행 이사회 논의에서 미 당국자는 “모든 곳에서 모든 가스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발언하며 신규 가스 탐사에 적극적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은행은 2019년 이후 석유·가스 신규 탐사 프로젝트 지원을 원칙적으로 중단했으며, 2023년에는 기후 대응 사업 비중을 전체 자금 지원의 45%까지 확대하겠다는 친환경 정책 기조를 밝힌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회의에서 미국이 다시금 화석연료, 특히 가스 개발 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재차 주장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회의 후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이사회 내 의견 불일치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내부에 고지했다. 세계은행 측 대변인도 “이사회가 사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며 즉답을 유보했다.
미국 재무부 대변인은 “각국의 에너지 우선순위와 수요를 감안해 해당 발언권과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가스 탐사·개발 지원 확대 문제가 세계은행의 경제 성장·빈곤 퇴치라는 본연의 책무와 연계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FT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은행뿐 아니라 타 국제 개발은행에도 화석연료 대출 확대를 공개적·비공개적으로 촉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은 세계은행 최대 주주국으로, 총재 인선과 주요 정책 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임명된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는 화석연료와 기후변화 관련 해명 회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으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 전환 압박에 임기 중 사임했다. 다시 시작된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옹호 행보가 앞으로 개발은행의 친환경 정책, 글로벌 ESG 투자 패러다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워싱턴포스트, BBC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논쟁이 세계 개발은행 친환경 금융 가이드라인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친환경 투자 강화와 탄소중립 공동 목표가 국제사회 환경정책 에서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변화가 국제 개발은행 전체의 기후 전략‧투자 흐름에 연쇄적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향후 빈곤국 저탄소 전환 지원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국의 압박이 실제 실행 단계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월드뱅크의 에너지 금융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