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창작의 경계가 흐려진 순간”…밀리의 서재 웹소설 표지 표절 파문에 독자들 떠오른 불신
라이프

“창작의 경계가 흐려진 순간”…밀리의 서재 웹소설 표지 표절 파문에 독자들 떠오른 불신

이소민 기자
입력

요즘 디지털 서재에서 웹소설을 읽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언제 어디서든 취향대로 골라 읽던 플랫폼에, 표절 논란이라는 불편한 뉴스가 전해졌다. 예전엔 창작자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소설 표지가, 짧은 침묵 끝에 도용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이다.

 

실제로 밀리의 서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표지 일러스트 도용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7월 10일, 총 6종의 웹소설 표지가 표절됐다는 제보가 접수된 뒤 자체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6종의 표지가 타인의 창작물을 무단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표지는 외부 프리랜서 1인이 작업했으며, 당사자 역시 표절 사실을 시인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 측은 총 21개의 유관 일러스트를 모두 폐기하고, 임시 표지로 교체했다. 앱에서 작품을 감상하던 독자들도 이를 즉각 확인할 수 있었다.

밀리의 서재 공식 채널
밀리의 서재 공식 채널

이런 변화는 숫자와 반응 그 너머, 창작자와 독자 모두의 신뢰 문제가 실감된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다. 밀리의 서재는 창작자와 독자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며, 출판사 등 이해당사자에게 직접 연락해 사후조치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플랫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검수 프로세스 쇄신도 예고됐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표지조차 믿을 수 없다면 어떤 걸 어떻게 즐겨야 하나” “창작의 가치가 이렇게 가벼워져도 되나” 같은 의견이 공유됐다. “평소 좋아하던 플랫폼이라 더 실망스럽다”는 목소리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창작물의 경계 모호화’라고 지적한다. 한 출판 관계자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오히려 원작자의 권리 보호와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 누구도 남의 노력을 가볍게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자 개인들도 이번 논란을 남의 일로 느끼지 않는다. 책을 고르는 취향, 표지를 보며 떠올렸던 상상, 디지털 플랫폼의 신뢰성까지 내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반응이다. “이젠 꼼꼼히 살펴보고 싶어졌다”, “창작 지원에 비용과 노력을 더 쓰는 게 당연하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표지 한 장이 벌인 파문 뒤에는, 창작의 무게와 이를 둘러싼 우리 모두의 역할이 담겨 있다. ‘무심코 읽었던’ 소설 한 권에도 누군가의 성실함이 스며 있다는 걸, 이제 더 잊지 않게 됐다.

이소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밀리의서재#웹소설#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