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ON, 도시의 집 재발견”…이봉선·진수봉의 담담한 터전 고백→삶의 물음표 심화
비 내린 오후처럼 잔잔하게 시작한 ‘다큐ON’의 화면은 이봉선의 묵직한 발걸음과 함께 깊어졌다. 이봉선은 오랜 시간을 살아낸 집을 등지고 도시 안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아 길을 나섰다. 진수봉 역시 병마와 일상을 넘나들며, 병원 근처로 삶의 중심을 옮겨야만 했다. 한없이 일상적인 선택 같지만, 이 작은 이사는 각자의 내밀한 시간과 고민이 녹아든 여정이었다.
주거는 그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살아가는 집이 됐다. 이봉선은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온 세월을 품고, 도시 곳곳을 돌았다. 도심 속 노인복지주택에서 이웃과의 교감, 공동체의 편안함을 느꼈고, 합리적인 평생 임대료를 약속하는 해심당에서는 또 다른 가족 같은 온기를 만났다. 반면, 진수봉은 건강 문제로 돌봄과 안정이 절실했고, 의료안심주택에서 자신만의 평온을 다시 꿈꿨다. 어느 곳에서든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삶이 묻어나는 시간의 풍경이었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집은 서서히 변했다. 모아센터 같은 마을관리소의 손길은 노년의 고독을 견디게 했고, 집수리와 장보기, 야간순찰까지 삶의 사소한 틈을 따뜻하게 메웠다. 엘리자베트가 살아가는 독일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는 이상적인 미래가 아니라, 노년이 고향에서 늙어가는 현재형 삶을 보여줬다. 곳곳에서 이어지는 도움과 이웃의 상냥한 인사에 도시의 집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었다.
주거에 관한 고민은 노년만의 것은 아니었다. 전초희는 파트타임 N잡러로서 불안정한 직업과 안정된 집의 경계에서 미래를 고민했다. 역세권 청년안심주택은 좁지만 든든한 일상과 가능성을 선물했고, 신혼부부 서준과 민혜는 긴 대기 끝에 장기전세 ‘미리내집’에서 새 희망을 꾸몄다. 서울의 오래된 한옥까지도 변화의 바람을 맞이하며, 그 집들에는 과거와 미래가 함께 투영됐다.
골목과 거실이 이어지고, 이웃의 숨결이 닿는 집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더 이상 소유의 욕심이 아닌, 살아낸 시간과 이해, 돌봄이 스며든 터전이 필요하다는 깊은 질문이 따라온다. 삶의 의미를 다시 묻는 이 여정, ‘다큐ON’은 집이 얼마나 많은 얼굴과 사연을 품는지, 담담히 그러나 진한 울림으로 그려냈다.
바뀌는 도시의 집 풍경과 진짜 삶의 자리를 향한 물음은 ‘다큐ON’에서 이봉선, 진수봉 그리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용히 스며들었다. 이 여정은 6월 28일 토요일 밤 10시 25분, KBS 1TV를 통해 시청자 모두에게 깊은 잔상을 남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