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책이 광장으로 나왔다”…성북 책모꼬지 북페스티벌, 거리 위 독서의 온기

허예린 기자
입력

요즘 가을 햇살이 반기는 광장에 책을 들고 모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도심을 돌아다니다 문득 피어오르는 책장 냄새와 아이의 웃음소리, 잔잔한 음악이 있는 곳—이런 풍경은 이제 일상이 됐다.

 

6년 만에 야외에서 열리는 ‘성북 책모꼬지 북페스티벌’이 11월 2일 성북구청 바람마당에서 개최된다. 이 행사는 지역 도서관, 대학, 상점, 그리고 수천 명의 주민이 힘을 모아 만들어낸 대표 독서문화축제로, 올 한 해 4,100명이 넘는 한책추진단의 손길을 타고 성장해왔다. 무엇보다 올해는 실내가 아닌 광장에서 ‘성북구 한 책 선포식’을 열면서 작가와 주민이 한데 어우러진다. 12권의 문학·비문학·어린이 도서 작가들도 직접 참여해 토론과 대화의 시간을 준비했다.

스텔라장 축하공연부터 한 책 선포식까지…‘성북 책모꼬지 북페스티벌’ 서울 성북구서 열린다
스텔라장 축하공연부터 한 책 선포식까지…‘성북 책모꼬지 북페스티벌’ 서울 성북구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책 한 권을 함께 읽으며 살아온 15년의 역사, 지역 독서운동이 꾸준히 이어진 덕에 성북구의 독서 참여는 해마다 늘고 있다. 본격적인 마켓과 야외 도서관, 체험 등 테마별 공간도 확대되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공동체적 독서’라 부른다. 어느 세대든 한 공간에서 책과 음악, 이웃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자체로 정서적 연대와 새로운 경험이 생긴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책을 매개로 처음 보는 이웃과도 쉽게 대화하게 된다”며 “모두의 취향과 기억이 섞인 축제가 참 반가웠다”고 고백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책 냄새가 나는 축제는 오랜만”, “스텔라장 공연 보러 꼭 가고 싶다”, “아이들과 가족 나들이 장소로 딱 맞는 행사”라는 응원이 이어진다. 바람마당 한켠에서 열리는 팝업 놀이터와 푸드트럭 앞엔 이미 예약 문의가 줄을 잇는다.

 

이런 축제는 단지 책을 읽는 시간을 넘어, 도시에서 살며 서로에게 위로를 나누는 작고 소박한 파장으로 남는다. 성북 책모꼬지 북페스티벌—그곳엔 하루가 멀다 하고 쫓기듯 지나던 시간을 잠깐 멈추고, 책과 사람 사이 새로운 거리를 발견하는 순간들이 펼쳐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허예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성북책모꼬지북페스티벌#스텔라장#성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