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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를 걷고 자연에 머문다”…공주에서 만나는 가을의 온기와 유산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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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짙어질 때면, 백제의 옛 도읍 공주를 찾는 발걸음이 많아진다. 오래전엔 ‘역사의 도시’로만 불렸지만, 이제는 유구함과 고요함이 어우러진 여유의 일상으로 공주의 진가를 다시 발견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요즘 공주는 역사 유적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찾아보는 ‘느린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책로가 아름다운 공산성은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금강 위로 펼쳐진 가을 하늘과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SNS에는 성곽길 위 풍경 인증샷이 바람처럼 공유되고, “백제 시대를 밟는 기분에 괜스레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여행자들의 소감이 이어진다.

공산성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공산성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최근 ‘역사+자연’ 코스의 소도시 여행 수요가 30대~50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국립공주박물관과 같이 직접 유물과 스토리를 체험하는 전시 공간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과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무령왕릉 출토 유물 등은 “아이 손을 잡고 백제의 시간을 걷는다”는 학부모들 후기에서 자주 언급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렌드를 ‘체험과 사색의 여행’이라 부른다. 여행 칼럼니스트 윤지영은 “공주는 단순한 역사 교육의 장소를 넘어서, 자신만의 호흡으로 도시를 느끼고 휴식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고 표현했다. 다양한 계절 프로그램과 자연 속 글램핑장 같은 새로운 숙소 유형이 생겨나며, 여행의 의미도 점점 확장되는 모습이다.

 

댓글 반응도 다채롭다. “아늑한 공산성 산책 길에서 올해의 피로가 다 녹는 느낌”, “동학사계곡에서 바람과 물소리에 잠시 마음이 쉬었다”는 기록이 쌓인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히어위고글램핑&바베큐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첫 가을 감성 캠핑” 같은 가족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한편 천주교황새바위순교성지를 찾았다는 방문객들은 “금강 물결을 바라보며 잊고 있던 감사와 기도를 떠올렸다”고 남겼다.

 

사소해 보이는 여행지의 선택이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가을 열망과 휴식법, 그리고 옛 문명의 숨결을 새롭게 즐기는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천천히 걷고, 조용히 머물며, 느린 호흡으로 ‘나의 계절’을 찾는 사람들. 공주는 그 옛날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일상을 비우는 동안 오히려 마음을 가득 채우는 도시로 남아 있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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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공산성#국립공주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