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싹 다 잡아들이라 지시 듣고 메모 남겼다”…윤석열·홍장원 법정 공방 격화

문수빈 기자
입력

비상계엄 선포와 체포 명단 작성을 둘러싸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치열하게 맞붙었다. 2025년 11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속행된 내란재판 공판장에서는 ‘홍장원 메모’의 신빙성을 비롯한 핵심 증거와 발언이 정국 격랑으로 다시 번지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전화로 ‘싹 다 잡아들이라’고 강하게 지시했다”고 재차 증언했다. 그는 “대공수사권과 예산까지 무제한 지원하겠다는 발언도 있었다”며 “이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에게 해당 내용을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법정에서는 계엄 당일 작성됐다는 ‘체포 명단 메모’가 주요 증거로 부각됐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이를 4차 메모라 칭하며 증거 채택을 요청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은 “메모 상당 부분이 보좌관 필체이고, 작성 진정성 성립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홍장원 전 차장은 “정서·가필 과정을 모두 지시·확인했다”고 설명했고, 재판부도 "본인 작성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개된 메모에는 정치인, 언론인, 법관 등의 실명이 다수 포함돼 주목됐다. 검증 대상으로 언급된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김민석 등 주요 인사 14명을 직접 표기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직접 자리에서 “초고는 지렁이 글씨라 학생들이 티셔츠도 만들어 입던 수준”이라며 메모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보좌관 필체와 내용이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증거의 본질적 의미를 집중 공격했다. 특검팀은 보좌관 대필이 사실이나 “사후에 증인이 최종 가필·확인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방은 국정원 CCTV 신빙성 논란으로도 확산됐다.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체포 명단 전달 시각과 CCTV 영상이 맞지 않는다”고 하자, 홍장원 전 차장은 “납품 업체 확인 결과 CCTV에 일부 시차가 존재했다”며 “화면 공개도 일부 편파적”이라고 반박했다.

 

법정 분위기는 증거 채택과 발언 정당성을 둘러싼 긴장 속에 고조됐다. 재판부는 “다음기일에 윤 전 대통령 측 반대신문을 위해 증인을 다시 부르겠다”며, 내년 1월 초 변론 종결을 목표로 구체 심리 절차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2025년 1월 12일부터 15일까지 추가 기일도 예비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비상계엄 책임과 내란 혐의 진실공방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1차 메모 작성 경위, 증거 진정성, 주요 인물 지명 등 쟁점이 내년 재판 종결까지 정국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윤석열#홍장원#내란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