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지 해변을 달린다”…태안의 선선한 바람 속 가을 레저가 일상
요즘 태안으로 레저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문턱에서 서해의 자연을 느끼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예전에는 ‘차가운 바다’로만 기억됐던 태안이, 이제는 숲과 바다, 그리고 짜릿한 액티비티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태안군은 완만한 해안선과 울창한 숲이 만나는 곳이다. 23일 오후 기준 26.2도를 기록한 이곳은, 흐린 하늘 아래로도 산책과 레저를 즐기기에 딱 좋은 쾌적함을 지녔다. 천리포수목원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밀러가든 등 7개 구역으로 나뉘어, 산책 중 길을 잃을까 걱정 없이 다양한 식물과 한옥이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해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식물의 색, 그리고 걷는 리듬에 맞춰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머무는 여행’의 의미를 다시 깨닫게 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충남 관광 시즌 자료에 따르면, 비수기였던 9월 가을에도 태안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산, 바다에 머무는 시간만큼 체험형 레저를 찾는 비중이 두드러진다. 안면카트체험장에선 서해바다 해안과 어우러진 트랙에서 시속 80km의 체감 속도를 만끽할 수 있다. 1인승으로 혼자, 2인승으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도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해질 무렵의 바람을 가르며 트랙을 달릴 때, 복잡한 생각이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다”고 방문객 최정훈 씨(34)는 표현했다.
태안레포츠에서는 ATV, 서바이벌 등 다채로운 체험이 펼쳐진다. ATV 코스는 병술만 멕시코 해변과 해수욕장까지 이어지며, 모래와 숲, 바다를 동시에 달리는 특별한 경험을 준다. 심리학자 김연지 씨는 “일상에서 벗어나 몸을 움직이고 자연을 만나는 시간은 자신의 감정 리듬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을에도 더워서 집에만 있으려 했는데, 태안에 가서 마음이 확 달라졌다”, “액티비티는 여름만의 것이 아니었다”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여유롭게 바닷가를 걷던 여행이 전부였다면, 요즘 태안에서의 여행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움직임 속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된다.
숲길을 걷거나,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바닷가를 달리는 일.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태안의 가을 역시, 지금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