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희망 심었다”…정춘실 수녀, 의료 25년 헌신 아산상
케냐와 말라위 등 아프리카 저소득·소외계층에 25년간 의료 봉사를 펼친 정춘실 수녀가 제37회 아산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정 수녀가 이끄는 케냐 ‘성 데레사 진료소’는 연간 수만 명의 환자를 돌보며, 현지 의료 기반 구축과 지속 가능한 보건 솔루션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와 복지단체들은 이번 수상을 글로벌 의료봉사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정춘실 진료소장은 1999년 간호사 자격 취득 이후 2000년 아프리카에 진출, 의료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케냐 빈민지역에 직접 진료소 설립을 주도했다. 이후 말라위 ‘음땡고 완탱가 병원’ 책임자를 역임하며 진료 체계 확립과 의료인력 양성, 감염예방 시스템 강화를 통해 현지 보건지표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저렴한 진료비와 환자 중심 진료로 매년 2만8000명에 이르는 환자를 치료하는 등 총 80만 명의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

이 같은 의료 봉사의 차별점은 현지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데 있다. 정 수녀는 케냐와 말라위의 의료인들이 스스로 진료소 운영, 의료서비스 개선, 병원 관리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인재 양성에 집중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진료소와 병원행정 체계 개선, 태양광 발전기 도입, 검사 장비 확충 등 기술·인프라를 단계적으로 구축했다. 전기·자재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 대응도 특징이다.
아산상 의료봉사상에는 서울대 의대 김웅한 교수가 선정됐다. 김 교수는 17개국 844명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의 무료수술, 3000여 명 현지 의료진 교육 등을 실천했다. 심장병 환아 사회적 편견 해소와 국제보건 인재 양성에도 공헌, 의료 봉사에서 교육 및 제도까지 융합된 모델을 구축하며 평가받았다. 사회봉사상은 27년간 노숙인 무료급식, 고립 청년 자립 지원에 헌신한 김현일·김옥란 부부가 받게 됐다.
이번 시상은 사회복지-의료 융합, 글로벌 협력, 현지화 전략 등 최근 복지 의료산업 트렌드를 반영한다. 세계 각지의 저소득 지역에선 기업 및 NGO 중심의 디지털 헬스 및 원격의료, 현지 인력 교육 프로그램 확산 움직임에 박차가 가해지는 가운데, 아프리카 사업은 현지 요구와 문화 맞춤식 솔루션이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비교로는 한국 사례처럼 현지인 주도형 의료인력 육성, 의료시설 자립 인프라 구축 등이 미국, 유럽 NGO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다. 다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보건시스템의 제도·예산 미비, 에너지 및 데이터 인프라 부족, 정책 지속성 한계 등 구조적 난제가 병존한다.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의료 봉사와 IT기술 접목, 현지 맞춤 데이터 관리 등 다층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아산상’은 1989년 도입 이후 의료, 사회, 복지 전 분야 혁신과 헌신을 격려하는 대표 상으로 꼽힌다. 올해는 6개 부문 18명의 수상자(단체 포함)에 총 10억원 상금이 수여되며 대상자인 정춘실 진료소장에게는 3억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재단 관계자는 “수상자들의 사례가 의료 취약지의 현장 혁신은 물론, 국내외 의료·복지 산업의 미래 지향점에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의 역량 기반 의료봉사와 현지화된 인재 양성이 지속 가능한 보건 생태계의 핵심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수상 사례가 글로벌 의료서비스 업계, 국제 NGO, 공공의료 정책 등에 새로운 협력·혁신 모델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