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라우드로 MSP 재편 노린다…SKT·SKAX, AWS와 동맹 강화
인공지능 클라우드가 기업 IT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면서 관리형 서비스 제공 사업자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SK텔레콤과 SKAX가 아마존웹서비스와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하이브리드 AI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 솔루션을 앞세워 국내외 MSP 시장 재편에 나섰다. 통신·AI·클라우드 기술이 한 축에서 결합하며, 규제가 강한 금융·제조 부문까지 동시에 겨냥하는 입체적 공세가 펼쳐지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통신 기반 MSP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공존하며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본다.
SK텔레콤과 SKAX는 27일 AWS와 전략적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AI 클라우드 분야 공동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세 회사는 AWS의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서비스, SK텔레콤의 통신·AI 기술, SKAX의 산업별 AI 구축·운영 경험을 결합해 통합형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협약 기간은 5년이며, 이 기간 AWS 기반 클라우드 인프라와 AI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MSP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AWS AI 서비스 내재화를 전제로 한 산업 특화 솔루션이다. SK텔레콤과 SKAX는 아마존 베드록과 세이지메이커 등 AWS의 생성형 AI 및 머신러닝 플랫폼 도입 경험을 토대로 금융, 게임, 공공, 스타트업 등 다양한 영역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설계한다. 그동안 실험 단계에 머물던 파일럿 AI 프로젝트를 실제 운영 환경으로 전환하고,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 등 구체적 비즈니스 성과와 직접 연결해 주는 것이 차별점으로 제시됐다.
데이터 보안과 규제 이슈를 고려한 하이브리드 AI 클라우드도 앞세운다. SK텔레콤은 자체 보유 GPU 자원과 AWS 글로벌 인프라를 결합해 민감 데이터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처리하고, 대규모 연산이나 글로벌 서비스 확장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구조를 구축한다. 온프레미스는 기업이 직접 보유한 전산 서버에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금융이나 제조처럼 데이터 주권과 보호 요구가 높은 산업에서 선호돼 왔다. 이번 협력으로 이러한 산업에서도 퍼블릭 클라우드의 확장성을 일정 수준 확보하면서 규제 준수형 AI 서비스 도입이 쉬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사는 AI 생태계 확장 전략도 병행한다. SK텔레콤이 30여 개 국내 AI 스타트업과 구성한 K AI 얼라이언스를 비롯해 각종 산업 파트너와 손잡고 인프라, 서비스, 비즈니스 채널을 묶는 AI 클라우드 허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AI 스타트업들은 AWS 인프라와 SK텔레콤·SKAX의 운영 경험을 활용해 서비스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고, 대기업과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검증된 파트너 생태계를 활용해 도입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보안·거버넌스 체계도 MSP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SK텔레콤은 자체 AI 거버넌스 포털을 기반으로 클라우드 AI 보안 기준을 정립하고, 서비스별 보안성 평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객사가 데이터 보호와 규제 준수 부담을 최소화하고 모델 개발과 서비스 기획에 집중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이다. 최근 글로벌에서 강화되고 있는 AI 윤리, 데이터 관리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SKAX는 산업별 데이터 구조와 보안 요구, 운영 방식 차이를 반영한 산업형 AI 클라우드 스택을 설계한다. 예를 들어 제조 분야에서는 설비 데이터와 품질 관리 시스템 연계를, 금융 분야에서는 거래 데이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우선하는 식으로 실제 현장 요구를 반영한 실행형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단순 인프라 공급을 넘어 워크로드와 업무 프로세스까지 포함한 통합 운영 모델을 제공해, 장기적으로는 고객사의 IT 조직과 유사한 수준의 운영 역량을 외부에서 제공하는 MSP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용 최적화도 협력의 또 다른 축이다. 세 회사는 AI 핀옵스 솔루션을 공동으로 선보인다. 핀옵스는 클라우드 사용량과 비용을 실시간 분석해 최적 사용 전략을 제시하는 재무 관리 방식이다. AWS 사용 패턴을 분석해 인스턴스,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 세부 항목별로 효율적인 조합을 찾고, 실시간 모니터링과 주기적 조정을 통해 총소유비용을 줄여준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GPU 자원 사용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비용 관리 역량이 클라우드 도입 의사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부상한 점을 겨냥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하이퍼스케일러와 통신사, 로컬 MSP 간 협력 구도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AWS는 북미와 유럽에서 통신사, 시스템 통합사와 손잡고 산업별 AI 클라우드 레퍼런스를 확대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자사 AI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워 비슷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 3사와 주요 IT 서비스 기업이 각각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손잡고 MSP 역량을 키우는 상황인 만큼, SK텔레콤·SKAX·AWS 삼각 구도가 향후 레퍼런스 경쟁에서 어떤 우위를 확보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허민회 SK텔레콤 AI 클라우드 담당은 이번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혁신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SK텔레콤이 경쟁력 있는 MSP로 자리잡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역량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장수 SKAX 클라우드 부문장은 세 회사의 협력이 제조, 금융, 리테일, 게임 등에서 생산성과 유연성, 비용 효율성과 보안을 모두 충족하는 AI 클라우드 운영 환경을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3사가 구축하는 하이브리드 AI 클라우드와 핀옵스 모델이 실제 기업 IT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바꿀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