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승인 절차 혁신”…중국, 글로벌 제약시장 영향력 확대
중국의 신약 개발 역량이 세계 2위 규모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제약산업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의 대규모 바이오헬스 육성 정책과 신속한 규제 혁신, 대담한 연구개발 투자 등이 결합되면서 신약 품질과 승인 속도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업계는 최근 중국의 약진을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질적 전환 신호’로 주목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NHC)는 자국에서 개발 중인 의약품이 전 세계의 20%를 넘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이 2015년 이후 신약 승인 절차를 단계적으로 개혁하면서, 연간 혁신 신약 승인 건수는 2022년 21건, 2023년 40건, 2024년에 48건으로 증가했다. 지난 6월에는 임상시험 승인 대기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가 도입, 미국 FDA와 동일 수준의 신약 심사 체계 정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의 신약 경쟁력은 기술 중심 항암제와 차세대 백신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글로벌 시장에서 비원 메디슨스(구 베이진)의 ‘자누브루티닙’은 BTK(브루톤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 계열 혈액암 치료제로, 2019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은 중국 최초 글로벌 항암 신약이다. 이 약물은 미국, 중국, 호주,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서 치료제로 승인받았고, 2023년에는 성인 만성림프구백혈병과 소림프구성 림프종 등 적응증을 FDA에서 추가 확보하면서 경쟁약 대비 적응증 확장 속도를 높였다.
또한 준시 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면역관문억제제 ‘토리팔리맙’ 역시 2023년 10월 미국 FDA 승인을 획득, 중국 신약의 글로벌 시장 진출 범위를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중국 제약업계가 기존 외국 기술 모방 단계를 넘어,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독자 혁신을 달성한 데이터로 읽힌다.
중국 정부의 ‘Healthy China 2030’ 전략과 mRNA 백신 분야 집중 투자도 산업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은 18종의 자체 개발 COVID-19 mRNA 백신을 확보했으며, 신속 임상 및 상용화를 위한 절차 혁신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 FDA, 유럽 EMA와 유사한 신약 허가절차 도입을 추진하면서, 규제 투명성과 심사 속도 모두를 국제 수준에 맞추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기존 미국과 유럽이 제약산업 혁신을 주도해왔으나, 중국이 신약 품질·속도에서 동등한 수준까지 추격하는 양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신약개발 생태계가 질적 전환기에 진입했다”며, “미국·유럽 중심 제약 산업구조에 변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중국 신약개발 역량 강화가 실제 시장 점유율 확대와 기술적 지위 전환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제도, 윤리 기준 등 균형 발전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장기 경쟁 우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