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자연의 풍경, 고요한 미식까지”…곡성의 가을, 삶을 머무르게 하다
여행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더 멀게'보다 '조금 더 섬세하게', 평범한 삶 한켠에 쉬어갈 장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곡성의 기차와 자연, 그리고 지역에 스며든 미식이 깊어가는 가을과 어우러지며 일상에서 작고 근사한 쉼표가 돼 준다.
요즘 곡성군을 찾는 이들은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섬진강기차마을에서 특별한 시간을 즐긴다. 옛 전라선 철길을 따라 열차가 호젓하게 달리면, 창밖엔 강변의 가을빛이 물든다. 아이들은 레일바이크 위에서 환하게 웃고, 가족들은 중앙광장 장미공원을 산책하며 추억을 함께 쌓는다. 실제로 최근 SNS에는 이곳의 선로와 나란히 걷는 사진, 장미꽃 사이에서 미소 짓는 가족 모임 인증이 연달아 오르고 있다. 넓고 잘 관리된 공간이어서 세대 불문, 누구든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게 만든다.

숲의 고요함이 필요할 땐 도림사계곡으로 향한다. 월봉리 외곽, 돌과 나무 사이를 흐르는 투명한 물소리는 도시의 피로한 감정을 다정하게 씻어준다. 혼자서, 혹은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듣는 물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표현한다. 깨끗하고 정돈된 환경 역시 여행의 만족도를 높인다. 그만큼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한 풍경과 자연의 숨결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곡성은 특별한 미식 경험도 약속한다. 숲속에 아늑하게 놓인 카페 공림의 인기 메뉴는 흑임자 크림 라떼와 직접 짜낸 계절 과일 주스다. 이곳에서는 첨가물을 최소화해 자연의 맛을 고스란히 살렸다는 점이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창밖으로 숲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음료 한 잔이 그날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더불어 디트레인에서는 호텔 출신 파티셰가 만드는 고급 베이커리와 산지 과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멜론 수플레 같은 시그니처 메뉴는 시각과 미각 모두를 만족시킨다. 곡성에서 자란 토란을 넣은 빵, 신선한 블루베리와 딸기를 쓰는 디저트까지 곡성만의 감각적 미식이 완성된다.
얼마 전 곡성 읍내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직접 만든 수제 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는 청이돈가스를 일컬어 "정성이 느껴져서 또 오고 싶다"고 고백했다. 깨끗한 국내산 재료, 깊은 풍미와 넉넉한 양까지 가격을 떠나 소중한 한 끼를 경험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곡성의 주요 관광명소 방문객 수가 지난해보다 꾸준히 증가하고, 계절마다 주말 예약이 빠르게 마감된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테마와 자연, 건강한 식문화가 어우러진 여행지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 해석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서울에서 멀지 않지만, 마음은 완전히 달라지는 곳", "굳이 바다나 대도시가 아니어도 좋다"는 이들의 후기는 평범한 풍경의 위로가 새로운 트렌드가 됐음을 보여준다.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만나는 진심과 자연의 온기가 곡성만의 힘으로 느껴진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결국 가을의 곡성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느릿한 기차 소리, 부드러운 물결, 그리고 정성 가득한 한 끼를 통해 잠시 멈춰 생각하고, 자기 감정을 보듬는 계기가 돼 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