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노출도 위험 요인…질병청, 소아천식 악화 경고
반려동물 알레르기 검사에서 음성 소견을 보인 소아천식 환자도 반려동물을 키우면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알레르기 소아천식 환자의 기도 염증과 입원 위험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의 ‘알레르기 양성 환자만 반려동물을 피하면 된다’는 임상 관행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알레르기 진단 검사를 보완할 생활환경 관리 가이드라인 수립이 소아 호흡기질환 관리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소아천식 코호트 KAS 자료를 활용한 다기관 연구에서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없는 알레르기 소아천식 환자가 반려동물을 키울 경우, 기도 염증과 천식 중증도가 유의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분석에는 5세에서 15세 사이 소아천식 환자 975명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반려동물 보유 여부, 반려동물 알레르기 감작 여부, 폐 기능 수치, 호기산화질소 등 기도 염증 지표, 최근 12개월 입원력, 천식 중증도를 체계적으로 수집·비교했다.

또한 환자들이 연구에 참여한 시점을 기준으로 6개월, 12개월 시점까지 추적 관찰을 수행해 반려동물 노출과 임상 반응 간의 시간적 연관성을 살폈다. 정적 데이터가 아닌 경시적 데이터를 통해 환경 노출이 기도 염증과 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한 점이 이번 연구의 기술적 강점으로 꼽힌다.
연구 결과, 알레르기 소아천식 환자 가운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단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집단에 비해 호기산화질소 농도 등 기도 염증 지표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차이는 최소 6개월 추적 시점까지 유지됐다. 반려동물을 보유한 환자들은 최근 12개월 동안 천식 악화로 인한 입원 경험이 더 잦았고, 폐 기능 검사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알레르기 감작 여부와 무관하게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가 소아 알레르기 천식 환자의 질환 조절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로 작동한 셈이다.
연구진은 특히 반려동물 알레르기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에서도 기도 염증 증가와 천식 중증도 상승이 관찰된 점에 주목했다. 기존 혈액 또는 피부단자 검사로는 특정 알레르겐에 대한 면역학적 감작 여부만 확인할 수 있어, 실제 생활환경에서의 지속적 노출에 따른 비특이적 염증 반응까지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립보건연구원은 대규모 다기관 코호트 데이터를 통해 “검사는 음성인데 증상이 악화되는” 임상 현장의 빈번한 상황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기전 측면에서 연구진은 알레르기 소아천식에서 관찰되는 강한 알레르기성 염증과 기도 과민성이 핵심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 타액, 분변에는 각각 단백질성 항원과 미세입자가 포함돼 있고, 실내 환경에서는 이들이 먼지와 미생물군과 결합해 복합적인 자극원으로 작용한다. 이미 기도 점막이 과민한 소아 알레르기 천식 환자의 경우 이런 복합 노출이 기도 점막 염증을 증폭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기도 구조 변화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민감도 검사에 잡히지 않는 미량 항원, 환경 미생물, 초미세입자 등이 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밀의료 관점의 환경 노출 관리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알레르기 진단·치료 패러다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소아천식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실내 알레르겐 및 자극원 전반에 대한 통합 관리를 강조하고 있으며,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알레르기 검사가 음성이라도 증상 악화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노출 최소화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전체·환경 노출 정보를 결합한 정밀의료 도입이 진행 중인 만큼, 생활환경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 관리 플랫폼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책 측면에서 질병관리청은 이번 연구를 토대로 반려동물 관련 알레르기 관리 지침을 개편한다. 질병청은 다음 달 반려동물로 인한 알레르기 발생 및 악화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반려동물 알레르기 예방관리수칙을 새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칙에는 소아천식 환자 가정에서의 반려동물 보유 여부 결정 기준, 실내 공기 질 관리, 주기적 청소와 환기, 침구·카펫 관리, 학교 및 의료기관과의 정보 공유 방식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료계에서는 이 수칙이 진료실 설명과 환자 교육의 표준 참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장은 기존에는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에게만 반려동물 양육을 피하도록 권고해 왔지만, 알레르기 음성 소아천식 환자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면 기도 염증과 천식 악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아천식 관리 전략이 단순 약물 조절에서 벗어나, 실내 환경과 반려동물 노출을 포함한 생활환경 전반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마련될 예방관리수칙과 연계해 맞춤형 환경 관리 서비스와 디지털 모니터링 솔루션 개발이 가속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