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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2% 하락…코스피, 2,900선 8거래일 만에 이탈→중동·관세 리스크 시장 압박"
경제

"0.82% 하락…코스피, 2,900선 8거래일 만에 이탈→중동·관세 리스크 시장 압박"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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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공기는 잠시 후끈했다. 2,900선을 단단히 지켰던 코스피가 8거래일 만에 조용히, 그러나 의미심장하게 경계선을 넘었다. 13일 오전 9시 22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에 비해 24.08포인트, 즉 0.82% 내린 2,895.95로 내려앉았다. 장 초반만 해도 2,930선을 넘기며 안도감이 감돌았지만, 매서운 매도세에 따라 흐름은 순식간에 반전됐다.

 

긴 상승 랠리를 이어왔던 시장이 지쳐간 흔적은 뚜렷했다. 무려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8.24%를 끌어올린 뒤, 잠깐의 쉼표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 쉼표에는 단순한 숨 고르기 이상의 의미가 묻어난다. 중동에서 전해진 불안의 기류, 그리고 미국이 다시 내민 관세 카드가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압박으로 작동했다.

코스피 0.82% 하락, 8일 만에 2,900선 이탈…관세·중동 리스크 압력
코스피 0.82% 하락, 8일 만에 2,900선 이탈…관세·중동 리스크 압력

유가증권시장은 이날 기관이 3,064억 원, 외국인은 256억 원어치를 내던진 반면, 개인 투자자만이 3,465억 원의 매수 우위로 홀로 버팀목이 됐다. 투자자별 시선이 극명히 엇갈리는 풍경이다.

 

종목별 수급 흐름에는 묘한 온도차가 감지됐다. 방산과 조선 업종인 풍산이 10.05% 급등했고, HD한국조선해양 4.11%, HD현대중공업 3.69%, 현대로템 2.34% 등도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와 카카오 역시 각각 1.17%·2.38%의 소폭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면, 삼성전자 1.01%, LG에너지솔루션 3.29%, 현대차 1.24%, 두산에너빌리티 0.73% 등 주요 대형주는 뚜렷한 하락세로 마감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은 1.31%, 섬유의복은 1.33%, 화학은 1.01% 하락했다. 보험과 유통, 오락문화 등 대부분 업종이 하락 흐름을 탔다. 그 사이 증권, 비금속, IT서비스, 통신, 그리고 음식료담배 등은 나홀로 상승을 견지하며 오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외부의 바람도 시장을 흔들었다. 미국 뉴욕증시는 중동 불안 심리와 관세 리스크에 하락 출발했으나, 미국 물가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가 겹치며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글로벌 투자심리는 다시 한 번 얇아졌다. 단숨에 오르던 국내 증시에, 이 변수들은 일종의 제동을 건 셈이다.

 

더불어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결렬 징후,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국제적 긴장 고조 소식이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미래에셋증권 서상영 연구원은 “이란 테헤란에서의 폭발 소식과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발표가 나오면서 위험자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3.7원 내린 1,355.0원에 문을 열었다.

 

코스닥 역시 거센 하락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1.74% 내린 775.75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강하게 쏟아지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만이 1,646억 원의 매수세를 지켰다. 시가총액 상위 대부분 종목이 동반하락했다. 다만 신성델타테크 12.55%, 펩트론 2.44% 등 일부 종목만이 기민하게 상승했다.

 

키움증권의 한지영 연구원은 “미국 등 글로벌 증시가 전고점에서 주춤하지만, 한국은 거버넌스 개선과 재정 투입 등 독자적 동력이 있다”며 “오늘의 조정은 단기간의 가파른 오름세에서 비롯된 숨 고르기”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눈은 중동 발 확전 가능성과 미국의 관세 정책, 단기 과열 신호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예측 불가능한 대외변수를 경계하며, 시장의 변동성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졌다.

 

새벽의 미풍이 강한 바람으로 바뀌듯, 금융시장의 고요함마저 긴장으로 채워진다. 앞으로 다가올 국내외 정책과 경제지표, 그리고 지정학적 정황 변동에 귀 기울이며, 투자자와 소비자는 풍랑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방향을 찾는 안목이 절실히 요구되는 순간이다. 다음 주 예정된 글로벌 경제 지표와 정책 발표가, 앞으로의 투자 방향을 또 한 번 예고하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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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중동지정학리스크#관세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