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도쿄, 실내로 간 여행자들”…여름에도 쾌적하게 즐기는 도쿄의 또 다른 얼굴
요즘 일본 도쿄를 여행하는 이들은 실내 명소를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짜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푹푹 찌는 여름과 반가운 비 소식이 겹친 날, 야외 대신 실내로 옮겨간 이들의 선택에는 달라진 여행 감각이 담겨 있다.
비 예보가 있던 11일 도쿄 시내, 우산을 든 관광객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오다이바의 팀랩 보더리스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긴자의 도쿄 교통회관 안테나숍 같은 실내 공간으로 모였다. SNS에는 “습한 바깥보다 차분한 미술관이 좋아졌다”, “예전 같았으면 비 때문에 일정을 망쳤을 텐데, 실내 투어가 오히려 특별했다”라는 체험담이 속속 올라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일본관광청과 도쿄도 관광재단에 따르면, 여름철 실내 전시관과 수족관의 방문객이 전년 대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족 단위와 소규모 여행객의 ‘쾌적함’ 선호가 더해지면서, 실내 명소의 매력이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특히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팀랩 보더리스는 “비 오는 날이라 오히려 더 몽환적으로 느껴진다”는 후기가 많았다.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역시 “밖의 소음과 습기를 잊게 해주는 시간”이라 고백하는 방문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긴자에 자리 잡은 안테나숍에선 “여행지의 먹거리와 특산품을 한눈에 만나는 재미가 있다”는 감상도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날씨 친화형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도시 여행 칼럼니스트 권다혜 씨는 “더위나 비가 여행의 장애물이 아니라, 그 도시를 느끼는 포인트가 되는 시대다. 실내 명소로 동선을 바꿔 휴식과 감상, 체험을 모두 챙길 수 있다”고 밝혔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다음엔 일부러 비 오는 도쿄에 가보고 싶다”는 이들부터 “특유의 습기와 냄새, 실내의 시원함까지 도시 여행의 한 조각”이라 느꼈다는 감상까지, 실내 여행이 새로운 계절의 기분 전환법이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하늘 아래 도쿄가 보여주는 또 다른 얼굴 속에서, 여행은 여전히 감탄할 만한 즐거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