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아이돌 명찰로 얼굴 알리기 총력”…지방선거 출마자 홍보전, 시민 ‘정책 실종’ 비판 확산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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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정자들이 다양한 홍보 전략으로 맞붙고 있다. 아이돌 가수 명찰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착용한 채 행사장마다 모습을 드러내고, SNS와 거리 인사, 현수막까지 총동원하는 등 치열한 인지도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실제 정책 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7일 광주시 정가에 따르면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은 지난 13일 수능 시험장인 광주 서석고 앞에서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행사에 ‘수능 대박 교육감 이정선’이라는 문구가 적힌 캐릭터 명찰을 달고 등장했다. 교육청 간부들도 이 교육감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을 들며 동참했으나, 현장에서는 홍보에 치중하는 행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 역시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국회의원 민형배’라고 적힌 이름표를 단 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처럼 명찰 착용이 당선 희망자 사이 ‘애착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의 읍·면, 마을 단위 행사에서도 이름표와 명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출마자들이 잇따르고 있으며, 사람 많은 곳이면 어김없이 집결해 얼굴을 알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 반응은 냉랭하다. 광주 서구 주민 박씨는 “이름 알리기에만 필사적인 후보자들의 모습은 오히려 시민과의 소통, 존재감이 그동안 부족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지 이벤트보다는 진정성 있는 정책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단체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광주 일대 197개 지정 게시대에 걸린 교육감 현수막의 적절성을 문제 삼으며 선관위 조사를 촉구하는 등 논란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또한 지방 현장에서는 현역 기관장이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하는 바람에 행사가 지연되는 사례, 출근길 인사가 일찍부터 시작되는 현상, 여론조사 응답자를 늘리기 위한 문자메시지 발송 과열 등 유권자의 피로감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SNS 밈 영상 등 온라인 홍보에까지 출마자들이 몰두하고 있으나, 완성도 부족과 반향 미진으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역별로 언론사 여론조사 빈도가 높고, 더불어민주당 경선 경쟁이 치열한 점을 들며 후보자들이 지지자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고자 과감한 ‘이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보 조급증’과 선거 홍보의 선을 지키지 않는 인사 사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역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이 홍보 경쟁에 몰두하는 와중에도 유권자들의 정책 중심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선관위 조사 등 제도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정치권은 향후 후보자 홍보 방식과 후보 선발 기준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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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선#민형배#지방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