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스피 3,986.91 마감…한은 매파 기조에 4,000선 내줬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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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7일 기준금리 동결과 추가 인하 가능성 약화 속에 장중 4,000선을 회복했다가 종가 기준으로는 3,900대 후반에 머물렀다. 오전에는 미국 증시 강세와 반도체 투자 심리 개선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지만, 한국은행의 매파적 신호가 확인되면서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난 모습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며 증시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26.04포인트 상승한 3,986.91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 전장 대비 28.58포인트 오른 3,989.45에서 출발해 5거래일 만에 4,000선을 회복했고, 한때 4,023.42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오후로 접어들며 상승 폭이 줄어들어 장중 되돌림이 나타났고, 최종적으로 4,000선 방어에는 실패했다.

코스피,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3,986.91 마감…4,000선 장중 반납
코스피,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3,986.91 마감…4,000선 장중 반납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지수 상승을 떠받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528억 원, 기관은 4,321억 원 규모를 각각 순매수하며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개인은 6,096억 원어치를 순매도해 상단을 누르는 역할을 했다. 파생상품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을 1,545억 원어치 순매도해 현·선물 간 방향성이 엇갈렸다.

 

장 초반 국내 증시는 간밤 미국 증시의 우호적인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뉴욕증시는 양호한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된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순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올랐다. 특히 구글의 AI 인프라 부상으로 경쟁 심화 우려를 받던 엔비디아가 1.37% 상승하며 반등, 국내 반도체주 투자 심리를 되살리는 데 기여했다.

 

국내 통화정책 변수는 오후 장세를 바꿔 놓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며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결정을 내렸다. 표면적으로는 기존 동결 기조를 유지했지만, 금리 인하 관련 문구가 조정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해석이 달라졌다. 금통위 의결문에서 인하 기조를 시사하던 표현이 인하 가능성 수준으로 완화되며, 향후 경제·금융 여건에 따라 추가 인하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었다.

 

투표 성향도 매파적인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과 10월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각각 5명,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과 달리, 이번 회의에서는 인하 쪽 의견이 3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금통위 내부의 완화 선호도가 약해지며 연속 인하 기대가 후퇴했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전 한국은행 금통위 이후 코스피는 상승폭을 축소했다”며 “한국은행이 의결문상 인하 기조 표현을 가능성 수준으로 낮추면서 추가 금리 인하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적 입장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에서는 반도체주가 강세를 주도했다. SK하이닉스는 3.82% 올라 54만 원대를 회복했고, 삼성전자도 0.68% 상승했다. 2차전지와 자동차 관련 대형주 역시 동반 강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0.57%, 기아는 0.71% 올랐고, ICT 투자지주 성격의 SK스퀘어도 3.44% 상승했다.

 

반면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서 바이오주는 조정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0.30%, 셀트리온은 1.17% 각각 하락했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성장 업종에서 이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 인수를 결정한 네이버는 4.55% 급락하며 투자 심리 위축을 반영했다.

 

이슈 개별 종목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우주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소식에 장 초반 강세를 보였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후 매물이 쏟아지며 0.92% 하락으로 마감했다. 단기 재료 노출 이후 차익 실현 움직임이 우세했다는 평가다.

 

업종별로는 철강소재가 4.02% 급등하며 가장 두드러진 오름세를 나타냈다. 오락문화 업종이 2.49%, 전기전자 업종이 1.58% 오르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반면 IT서비스는 2.17% 떨어졌고, 전기가스는 1.20%, 증권은 0.90% 각각 하락했다. 금리와 성장 기대 변화에 민감한 금융·공업 계열 업종 간 온도차가 드러난 셈이다.

 

코스닥도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장중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4포인트 오른 880.06에 마감했다. 지수는 879.44에서 출발해 한때 884.00까지 올랐으나, 오후 들어 강도가 다소 약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1,575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지탱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65억 원, 416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알테오젠은 0.58%, 에이비엘바이오는 0.81%,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68%, 코오롱티슈진은 0.44%, 리노공업은 0.47% 상승했다. 반면 이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각각 2.00%, 1.92% 하락했고, 펩트론은 3.45%, 리가켐바이오는 2.64%, HLB는 0.86% 내렸다. 개별 재료와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이어졌다는 평가다.

 

수급과 거래 측면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이 확인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12조9,550억 원, 코스닥시장은 8조5,470억 원으로 집계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과 메인마켓을 합한 거래대금도 6조8,665억 원 수준에 달했다. 풍부한 거래대금 속에서 주도 업종과 개별주에 매수세가 순환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소폭 하락하며 증시에 우호적인 배경을 제공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내린 1,464.9원에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 급등세를 멈추며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덜어줬다고 보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미국 통화정책과 한국은행의 추가 입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정 가능성이 부각된 만큼, 향후 물가와 성장 지표, 대외 금융 환경에 따라 증시의 방향성이 재차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 통화정책 이벤트와 미국 연준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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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한국은행#금통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