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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90%의 장마 오후”…화성시민의 무더위 속 소나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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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도 90%의 장마 오후”…화성시민의 무더위 속 소나기 일상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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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성에서 흐린 하늘 아래 땀을 훔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장마철이 마냥 불편하고 답답하게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잠깐의 비 소식도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든 듯하다.

 

7월의 첫날, 경기도 화성은 낮부터 31도까지 오른 온도와 한낮의 습도가 뒤섞이며 금세 아스팔트 위를 눅눅하게 적신다. 오후 1시, 하늘에서는 소리 없이 4mm 남짓 비가 내렸다. 창을 닫고 사무실에 앉아 있던 송은지(33, 반월동 거주) 씨는 “요즘엔 우산을 가방에 넣는 게 습관이 됐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면, 어차피 젖을 거라 생각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온다”고 고백했다. 오후 6시에는 또 한 번 구름이 몰려오며 소나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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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오늘 화성의 최고 기온이 31도, 습도는 오후 내내 80~90%로 치솟는다. 기상청이 안내한 바람은 그나마 남서풍이 약하게 부는 정도여서 체감 더위를 식혀주기엔 역부족이다. 저녁이 돼도 기온은 좀처럼 식지 않고, 밤하늘엔 구름이 잔뜩 깔린 채 강수확률 30%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장마철 무더위와 높은 습도를 몸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심리상담사 이나정 씨는 “습도가 높으면 신체 피로와 불쾌지수가 함께 오르기 마련이다. 옷차림이나 생활 패턴을 평소보다 한결 가볍게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NS와 동네 커뮤니티에는 퇴근길 소나기를 찍은 인증샷, 냉커피 한 잔에 마음을 식히는 사연, 불쾌감을 토로하거나 ‘그래도 오늘 밤은 선풍기에 기대야 한다’는 유쾌한 글들이 이어졌다. 시민들 사이엔 무더위와 소나기가 번갈아 스며드는 날씨에, ‘이제 이런 계절감도 괜찮다’며 웃어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잠깐의 소나기에 우산을 접거나, 더운 날씨에도 꽁꽁 싸매던 습관을 내려놓은 화성의 여름 풍경. 무더위와 습도, 빗방울을 한꺼번에 받아들이는 오늘 하루는, 이런 찰나의 적응들이 우리 삶을 조금씩 바꾸고 있는 순간일지 모른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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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소나기#무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