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이 그린 소년의 상처”…엘리오, 픽사 감성→한국인 디렉터의 눈물
밝은 공기 속에서 화면을 채우던 소년의 눈빛은 픽사 소속 이재준 이펙트 테크니컬 디렉터의 손끝에서 더욱 깊고 단단하게 변했다. 애니메이션 ‘엘리오’는 소속감의 결핍을 안은 소년 엘리오의 모험을 따라가며 성장의 무게를 다시금 일깨웠다. 이재준은 물, 불, 연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의 감정 자체인 특수효과로 작품의 진동을 만들어냈다.
‘엘리멘탈’과 ‘인사이드 아웃’을 거쳐 ‘엘리오’에 참여한 이재준은 해변에서 외계인을 기다리다 결국 쫓겨나며 바다로 내던져지는 소년의 순간에 집중했다. 그는 바다를 거칠게 움직여 숨겨온 슬픔과 해명하고픈 혼란을 그려내고, 이후 잔잔한 파도로 상실감을 더욱 짙게 덧입혔다. 이러한 세심한 표현 뒤에는 따돌림의 기억과 소외감이 겹쳐진 자신만의 성장통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엘리오가 겪는 외로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픽사 특유 감성의 뿌리 역시 이처럼 깊은 공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엘리멘탈’이 한국에서만 70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한국적 감수성과 픽사 서사의 결이 특별히 강하게 맞닿는 배경이 됐다.
이재준은 “한국 관객들은 삶을 성찰하게 하는 애니메이션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며, 짧고 가벼운 웃음이 범람하는 시대에 오히려 더 여운 깊은 감동이 특별함을 가진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국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무대에서의 치열함과, 이에 힘입은 한국 문화와 예술의 비상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온기와 애수, 그리고 치유의 파문이 교차한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는 현재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