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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예린이와 할아버지, 기억 너머의 손끝”…버스정류장 소녀의 단짝 사랑→가을 저녁 눈물샘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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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예린이와 할아버지, 기억 너머의 손끝”…버스정류장 소녀의 단짝 사랑→가을 저녁 눈물샘 폭발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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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시골 마을의 작은 버스정류장, 그곳에서 할아버지 효일 씨는 매일 손녀 예린이를 기다린다.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예린이가 건네는 환한 미소와 조심스레 내미는 손에는 둘만의 다정한 역사가 담겨 있다. 예린이는 가끔 투덜거리면서도 할아버지의 곁을 내어주고, 함께 시장길을 걸을 때마다 이들은 주변 주민들에게 “참 보기 좋은 사이”라는 말을 듣는다. 비좁고 소박한 일상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순간순간마다 증평 마을에는 따뜻한 온기가 번진다.

 

예린이는 열네 살, 엄마를 떠나보내며 남은 가족과 살아간다. 멜라스 증후군이라는 유전질환을 안고 있어, 학업과 생활에서 늘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인슐린 주사와 혈당 체크는 어린 손에 이미 익숙한 일이 됐지만, 미래를 떠올릴 때면 불안감이 스며든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넓은 등과 학교에서 만난 친구, 선생님들의 따뜻한 눈길은 예린이에게 견딜 수 있는 용기가 된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손녀를 향해 효일 씨는 늘 “내가 지켜줘야 할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 답한다.

시골 버스정류장의 약속…‘동행’ 예린이와 할아버지, 단짝의 하루→삶의 버팀목이 되다 / KBS
시골 버스정류장의 약속…‘동행’ 예린이와 할아버지, 단짝의 하루→삶의 버팀목이 되다 / KBS

텃밭에서 채소를 따 오고, 둘만의 손맛으로 끓인 순두부찌개가 식탁에 오를 때면, 작지만 깊은 감사가 식탁을 채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다. 효일 씨는 무릎의 통증 탓에 더는 직업을 갖지 못하고, 마을을 돌며 밭일을 돕는다. 예린이는 종종 미래의 생계에 대한 두려움과 시름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걱정만 만드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쓸쓸한 미소로 손녀를 안아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할아버지에게도 변함이 찾아온다. 치매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그림자에 이어, 효일 씨 역시 망각의 시작을 맞이하게 됐다. 소녀는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할아버지가 건강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예린이는 “할아버지가 오래오래,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원한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 곁에서 든든한 나무처럼 묵묵히 서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보다 깊은 약속이 흐른다. 잊힐지 모르는 두려움과 흔들리는 일상 속에서도, 서로의 손길과 시선이 삶의 버팀목이 된다. 사람들의 격려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이런 소박한 동행이 봄날보다 따뜻한 가을 저녁을 적신다.

 

이 작은 마을의 특별한 하루, 예린이와 효일 씨의 이야기는 KBS1 ‘동행’에서 9월 20일 토요일 오후 6시, 시청자 앞에 선보인다. 오랜 시간 마음을 이어온 두 사람의 삶과 약속이 화면 너머로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할 예정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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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예린이#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