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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와 숲이 만든 고요”…동해 해안도시가 부르는 휴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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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와 숲이 만든 고요”…동해 해안도시가 부르는 휴식의 시간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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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 아래 바닷바람이 부는 동해시에는, 요즘 느리게 머무는 여행자를 위한 새로운 풍경이 열리고 있다. 예전엔 ‘관광지’라 하면 분주한 해수욕장이나 이름난 맛집을 떠올렸지만, 지금 동해시를 찾는 이들은 조용히 머물다 가는 고요함을 먼저 손에 쥔다.

 

SNS에선 드라이브 코스에서 만난 한적한 어달항 인증샷과 동해무릉건강숲에서 촬영한 숲속 돌담길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바다와 숲, 그 사이를 잇는 해안도로를 따라 파도 소리와 나뭇잎 바스락임에 모든 시선을 맡긴 경험담도 이어진다. 어떤 이들은 ‘힐링이 필요할 땐 동해’라며 바다에 발을 담그거나 조용한 사찰에서 나직이 기도를 올린 자신의 하루를 공유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동해시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동해시

이런 움직임은 기상 데이터에서도 실감된다. 23일 동해시의 낮 기온은 22.7도, 바람은 북북동에서 2m/s로 불어와 무더위와는 거리가 먼, 산책하기 딱 알맞은 초가을 날씨를 보였다. 특히 어달항은 70여 척의 어선이 드나들지만, 번잡하지는 않다. 접경 해안도로와 인접해 접근성은 뛰어나면서도 곳곳에 옛 항구의 아늑함이 남아 있다. 바로 인근에선 싱싱한 제철 해산물도 맛볼 수 있어 미식가들의 ‘슬로우 푸드’ 탐방지도 되고 있다.

 

웰니스 여가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동해무릉건강숲을 눈여겨본다. 자연 건축 자재로 마감된 숙박동, 환경성 질환예방 프로그램, 삼림욕 코스 등이 마련돼 있고, 건강식당까지 운영된다. 하루 이용객은 100명가량. “숲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 자체만으로 숨 쉴 틈이 생겼다”, “사계절 내내 피톤치드로 가득한 방이 마음의 방전까지 채워주는 기분”이라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심리 전문가들은 “쉼의 본질은 과로에서 벗어난 몸과 마음을 저마다의 리듬으로 되돌리는 데 있다”며, 자연 속 ‘느린 휴식’의 치유 효과에 주목한다.

 

직접 동해시와 어달항, 감추사를 다녀온 이들도 “파도 소리와 숲 내음에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예전엔 뭔가 해야만 ‘여행’ 같았다면, 요샌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충분히 행복을 느낀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한적한 곳을 찾아 조용히 걷는다’가 일상적 바람이 된 셈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경치 구경’ 그 이상을 안고 있다. 사찰에서, 항구에서, 깊은 산자락의 숙박동에서 사람들은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평온함’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살아간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하늘 아래, 강원 동해의 고요함이 많은 이들에게 작지만 깊은 쉼표가 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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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시#어달항#동해무릉건강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