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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4차 발사 성공…13기 위성 분리 완료로 상업 도약 신호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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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도전에 나서며 한국형 우주 발사 역사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7일 새벽 진행된 4차 발사에서 누리호가 다수 위성을 목표 궤도로 실어 나가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발사체의 반복 운용과 위성 군집 투입 능력은 향후 상용 우주 발사 서비스와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관측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사가 한국형 발사체 기술을 시험 단계에서 시장 진입 준비 단계로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27일 새벽 1시 13분 국내 발사장에서 이륙해 약 18분 뒤인 1시 31분 비행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했다. 비행 과정에서 주 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가 순차적으로 사출돼 예정된 시점에 궤도에 투입됐다. 발사 직후부터 항우연 연구진은 비행 전 구간의 자세 제어, 엔진 추력, 연소 시간, 분리 과정 등 주요 비행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을 진행 중이며, 40분가량의 1차 분석을 거쳐 비행 성능 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누리호는 3단 액체연료 발사체로, 다단 로켓이 순차적으로 점화·분리되며 속도를 높여 위성을 지구 저궤도까지 진입시키는 구조다. 이번 4차 비행의 핵심은 단일 대형 위성이 아닌 13기 위성을 정해진 시퀀스에 맞춰 정확하게 분리하는 데 있었다. 다수 위성 사출은 각 위성의 질량, 목표 궤도, 분리 방향에 따라 미세한 속도 조절과 자세 제어가 필요해 발사체 비행제어 알고리즘과 위성 분리 메커니즘의 정밀도가 크게 요구된다. 항우연은 이전 발사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리 타이밍과 충격을 줄이는 분리 구조를 개선해 위성 체계의 안전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실린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정밀 지상 관측을 목표로 하는 중형급 위성으로, 향후 국토 관리, 재난 감시, 농업·환경 모니터링 등 다양한 공공·산업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여기에 함께 사출된 12기의 큐브위성은 초소형 표준 규격 위성으로, 대학·연구기관·스타트업이 참여해 우주 환경 시험, 소형 통신·지구관측 탑재체 검증 등을 수행한다. 누리호가 한 번의 발사로 다종 다수의 위성을 올리는 능력을 입증하면, 산업계는 저비용으로 여러 임무를 동시에 검증할 수 있어 우주 서비스 개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특히 이번 기술 시연은 국내 발사체가 상업 발사 서비스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정밀 궤도 투입과 다수 위성 분리 능력은 세계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고객사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지표 중 하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다수의 통신·관측 위성을 묶어 올리는 발사가 일상화된 상황이고, 민간 기업들이 큐브위성 발사 전용 서비스까지 상품화하고 있다. 누리호가 반복 발사와 실용급 위성 운용 경험을 축적하면, 국내 기업들도 저궤도 위성 통신, 지구관측 데이터 플랫폼, 우주 IoT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 검증과 더불어 규제·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성 데이터 처리와 민간 발사 서비스에는 국가 안보, 전파 자원, 궤도 혼잡 관리 등 다양한 규제 요소가 얽혀 있다. 우주항공청 출범으로 발사 인허가, 안전 기준, 민간 참여 범위를 명확히 하는 법제 정비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민간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 모델을 설계할 수 있을 정도의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향후 비행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엔진 신뢰도, 구조 진동, 분리 충격 등 세부 성능을 추가 개선해 누리호의 정례 발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한 국내 우주 산업 관계자는 누리호가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비행해 신뢰도를 입증하면, 저궤도 위성 기반 서비스 산업 전반에서 민간 투자와 글로벌 협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누리호가 시험 발사 단계를 넘어 실제 시장 발사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향후 비행과 정책 방향을 주시하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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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