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 치료제 패권전쟁”…노보, 아케로 7조 인수로 글로벌 경쟁 점화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구 NASH) 치료제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노보 노디스크는 6월 9일(현지 시간), 미국 바이오기업 아케로 테라퓨틱스 인수를 확정하며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인수 금액은 최대 52억 달러(약 7조4000억원)로, 조건부 가치권(CVR)이 포함됐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아케로의 신약 후보 ‘에프룩시퍼민(Efruxifermin)’이 MASH로 인한 대상성 간경변증 치료제로 승인될 경우, 추가로 5억 달러까지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아케로테라퓨틱스는 FGF21(섬유모세포 성장인자 21) 유사체 계열로 MASH 및 대사질환 신약 개발에 집중해 온 나스닥 상장사다. 여러 대사 및 내분비 질환 가운데 진행성 간 섬유화 환자(F2~F3기)와 간경변(F4기)을 대상으로 한 에프룩시퍼민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 중이다. 이번 인수로 노보 노디스크는 기존 당뇨병·비만 신약과의 연계 가능성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특히 이 회사의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 ‘위고비’와 에프룩시퍼민의 병용 가능성이 산업지형을 크게 바꿀 변수가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MASH 환자의 치료 미충족 수요는 크다. 전체 환자의 40% 이상이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하고, 80% 이상이 비만 또는 과체중에 해당한다. 임상 단계에서 섬유화 해소와 질환 자체 개선을 동시에 입증해야 하는 난점으로 파이프라인 성공률이 낮았던 영역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CEO 마이크 더스트다르는 “에프룩시퍼민은 단독 혹은 위고비와 병합요법으로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대사질환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간 MASH 신약을 둘러싼 경쟁은 올 들어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스위스 로슈가 5조원 규모로 미국 89바이오를, 5월에는 GSK가 보스턴 파마슈티컬스로부터 FGF21 계열 에피모스페르민을 인수했다. 올해 2월 일라이 릴리와 한국 올릭스는 MASH 및 심혈관 합병증 표적 신약의 9100억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특히 이번 인수는 FGF21(섬유모세포 성장인자 21) 기전 신약 확보 경쟁에서 결정적 의미를 가진다. 미국 FDA는 올해 8월 노보노디스크의 GLP-1 제제 위고비를 MASH 치료제로 첫 승인했다. 이후 다양한 신규 작용기전 신약 병용 임상, 빅파마 중심의 대규모 M&A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시장 지각 변동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다만 MASH에 대한 치료법은 여전히 개별 환자의 발병 원인과 섬유화 단계에 따라 맞춤형 접근이 요구된다. 임상 2상에서 MASH 해소와 섬유화 동시 개선을 입증한 성공 사례는 드물어, 임상 3상 진입 파이프라인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이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빅파마들의 MASH 파이프라인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환자군과 섬유화 단계별로 다양한 기전 치료제가 병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노보 노디스크의 모험적 인수합병이 실제 시장 주도권 확대로 연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의료 규제의 균형이 대사질환 치료제 시장 개편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