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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꾼 3위 질주”…파테르나인, 우루과이 첫 메달→세계육상선수권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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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꾼 3위 질주”…파테르나인, 우루과이 첫 메달→세계육상선수권 감동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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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기장을 가른 함성이 절정에 달하자, 훌리아 파테르나인의 표정에는 쉽사리 믿기 힘든 감격이 스쳤다.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에서 파테르나인은 2시간27분23초로 골인, 우루과이 여자 마라톤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 그가 손가락 세 개를 펼쳐 순위를 확인하는 순간, 현장에선 진한 감동이 퍼져 나갔다.

 

파테르나인은 최근까지만 해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2024년 미국 소규모 마라톤에서 2시간27분09초로 우루과이 신기록을 경신한 데 이어, 생애 단 두 번째 마라톤 풀코스 도전에서 곧장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품었다. 이날 우승은 '도쿄 올림픽 챔피언' 페레스 제프치르치르(케냐)가 2시간24분43초로 차지했고,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는 2시간24분45초로 2위에 올랐다. 파테르나인이 국립경기장 톱3로 입장하는 순간 중계진들은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극찬했다.

“우루과이 첫 동메달”…파테르나인,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 3위 달성 / 연합뉴스
“우루과이 첫 동메달”…파테르나인,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마라톤 3위 달성 / 연합뉴스

경쟁자들과 달리 파테르나인은 멕시코 출생, 영국 성장, 미국 유학, 그리고 우루과이 대표라는 다층적 경로를 스스로 개척해왔다. 코로나19에는 코치 없이 홀로 훈련했고, 미국 플래그스태프 산악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았다. 이날 세계선수권이 두 번째 마라톤 완주였다는 사실이 현지 매체를 포함한 관계자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수상 직후 파테르나인은 “메달은 꿈꾸지도 않았고, 혹시 400m 정도 덜 뛴 건 아닌가 싶어 믿기지 않았다”라며 세계육상연맹과의 소감 인터뷰에서 겸손한 기쁨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그는 “첫 목표는 완주, 다음은 30위, 그리고 8위 이내”라는 복수의 플랜을 세웠으나, 남미 선수 중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파테르나인은 여러 나라의 여권을 소지하며, 훈련지와 생활무대의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럼에도 "거대한 목표보다 내 레이스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싶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할 기회를 바라본다"고 각오를 밝혔다.

 

묵직한 역사 앞에서도 그는 꾸밈없는 환호와 조용한 다짐으로 결승선을 빠져나갔다. 경기장이 내놓은 박수와 우루과이 시민들의 감동은 오랫동안 남아 팬들에게 깊은 울림이 되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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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테르나인#세계육상선수권#우루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