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3 악몽 털고 반등 시동”…이정후, 스트레스 탈모 고백→7월 멀티히트 폭발
삶의 곡선을 그려내는 듯했던 6월, 이정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타율 0.143, 아버지 이종범과 닮은 슬럼프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그의 마음엔 부담과 압박만이 맴돌았다. 오라클 파크의 그라운드를 여전히 밟으면서도, 머릿속은 온통 빠지는 머리카락과 꺾인 자신감에 눌려 있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에 자신감이 떨어졌고, 목이 당기며 가끔 머리카락이 빠지는 기분도 든다”고 솔직하게 내비쳤다. 스트레스를 이겨내려 매일 넷플릭스를 시청하며, 뭉친 마음을 풀어내는 데 힘을 쏟았다는 고백도 이어갔다. 슬럼프 탈출을 위해 이정후는 자세, 배트 그립, 타격 타이밍 등 크고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이정후는 3할대 타율에 득점권에서 결정력을 뽐내며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5월 중반부터 타격감은 점점 흐려졌고, 6월에는 상대 투수들의 바깥쪽 공략에 약점을 드러내며 기록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정후의 2025시즌 성적은 11일 현재 타율 0.245, 6홈런, 37타점이다.
유독 해외 무대에서 턱밑까지 올라오는 심리적 장벽 앞에서 무너졌던 사례로는 이종범이 있다. 지난 1998년 일본리그 진출 첫 해 활약 이후, 이종범 역시 부상과 스트레스로 타율 0.238, 9홈런, 33타점(1999년)을 기록했다. 원형 탈모까지 찾아왔던 이종범은 결국 복귀를 선택한 바 있다. 이정후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넘어, 자신의 방식으로 난관을 뚫고 있다.
7월 상승세는 분명했다. 이정후는 3일 애리조나전 3안타 포함, 7월 들어 7경기에서 타율 0.296, 두 차례 멀티히트를 달성하며 살아났다. 인터뷰에선 “올해는 타지에도 잘 적응했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현지 생활에 서서히 녹아들며 다시금 웃었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반드시 돌파구를 만든다”고 조언했다. 복잡했던 6월을 재료 삼아, 다시 야구와 마주하는 이정후에게 팬들은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계절이 바뀌듯, 이정후의 마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록 너머에 담긴 선수의 고민과 한 걸음, 멈추지 않는 도전이 어둠 속에서도 희망의 빛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이정후의 7월 반등은 앞으로의 행보에 또 다른 기대를 품게 한다. 이정후가 출전하는 다음 경기는 샌프란시스코 현지시간으로 13일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