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사태 깊은 유감”…미국 부장관, 한미관계 강화와 제도개선 약속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를 둘러싸고 한미 외교라인이 직접 마주했다. 미국 국무부가 처음으로 공식 유감을 표명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제도 개선과 협력 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구금 사태 이후 국민적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양국 핵심 인사들은 재발 방지와 후속 대응에 머리를 맞댔다.

14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한미 외교차관 회담이 열렸다. 랜도 부장관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을 한미관계 강화와 제도 개선의 전기로 삼자”며, 앞으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 차원에서 노력할 것임을 약속했다. 

특히 랜도 부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구금됐던 귀국자들이 미국 재입국 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 경제 및 제조업에서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의 기여도 높이 평가하며, 실질적 제도 개선과 비자 발급 후속 실무 협의에도 속도를 내자고 제안했다.

박윤주 차관은 미국 내 구금시설에서 우리 근로자들이 겪은 불편한 처우와, 이로 인해 국민적 충격이 컸던 점을 지적했다. 박 차관은 “미국 측이 실질적인 재발 방지와 제도 개선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초동 대응 직후 곧바로 방한한 랜도 부장관의 이번 방문이 단순히 사후 논의에 그치지 않고, 한미관계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행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귀국자 미국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을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한국 맞춤형 비자 신설, 비자 관련 상담 창구 개설 등 후속 조치 협의와 외교국무부간 워킹그룹 창설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박윤주 차관은 “한미 고위급 실무 협의를 신속하게 진행하자”고 했다.

한편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회담에 앞서 랜도 부장관을 접견했다. 조현 장관은 “이번 구금 사태가 양국에 윈윈이 되는 방향으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난달 한미 정상간 합의사항이 신속하게 이행되도록 랜도 부장관이 적극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외교차관 회담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논의 후속, 국제행사 일정, 핵심 첨단기술·에너지·조선분야 협력 등 다양한 의제도 함께 다뤘다. 남북관계와 관련해 양측은 “미국이 피스메이커, 한국이 페이스메이커로서 각자 역할을 다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랜도 부장관은 “한국의 대북정책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랜도 부장관은 용산구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전쟁기념관은 피로 맺어진 한미관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관계는 누구도 해체할 수 없다”고 방명록에 썼다. 양국의 후속조치 협의는 실무 차원에서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향후 유사 사태의 재발 방지와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미국과의 고위급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