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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호메이니 부상에 이란 최고 권력구도 요동”...하메네이 체제 불안정 가중→이슬람 혁명 후 후계 향방 긴장
국제

“하산 호메이니 부상에 이란 최고 권력구도 요동”...하메네이 체제 불안정 가중→이슬람 혁명 후 후계 향방 긴장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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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의 무거운 역사를 돌이켜보면, 1979년의 이슬람 혁명은 시대의 고리를 끊는 벼락 같은 사건이었다. 그 혁명의 심장, 루홀라 호메이니의 집안에서 이제 또다시 권력의 파도가 출렁인다. 알리 하메네이의 장기 집권이 그늘을 드리운 이란에서, 그의 뒤를 이를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하산 호메이니의 이름이 거론되며, 이슬람 혁명 뒤 이란 사회는 다시 한번 긴 요동을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이 전한 복수 소식통의 음성 너머에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 알리 하메네이(86) 최고지도자의 건강은 이제 시간의 그늘 아래 놓였고, 경제난과 반발하는 젊은 세대, 미국과 이스라엘의 잇단 공습은 체제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최고 권력의 향방을 둘러싸고 이란 내부엔 침묵과 균열이 동시에 스며든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산 호메이니(53)는 조부와 부친의 유산 위에 서 있다. 어린 시절 축구 선수의 꿈을 가졌던 그는 신학자로 성장하며 종교와 세속, 이상과 현실의 언저리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했다. 개혁파와 보수파, 모두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그 끝은 온건하고 절충적인 색조로 물들었다. 여성 인권에 귀 기울이고, 전 대통령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를 비판하며 강경파와 거리를 둔다. 민중의 일상, 특히 여성과 청년의 바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의지와 지혜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단순한 대중적 인기가 아니라, 이슬람 성직자 회의체인 '국가지도자운영회의'의 선출과 하메네이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갈라진다.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마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지만, 부자 권력 세습이라는 올가미는 이슬람 혁명의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릴 가능성도 떠안는다. 구 군주제의 세습, 즉 2500년 역사의 그림자가 다시 떠오른다면 젊은 이란인들에게는 내면의 분노로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란 곳곳에선 현 지도부의 권력 집중과 폐쇄성에 대한 피로감이 쌓여가지만, 보수파 엘리트 집단은 외세의 압박과 질서 유지를 내세워 저항을 경계한다. 내부 저항은 점차 뚜렷해지고, 외부에서는 전제군주제의 부활을 경계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국제사회는 이란 후계 구도를 예의주시하면서 기존 중동 질서, 더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균열까지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날 선 권력의 이음매에서, 하산 호메이니의 이름이 던진 파문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아직 누구도 답할 수 없다. 그러나 이슬람 혁명 이후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유일 권력’의 신화는, 현 시점에서 서서히 균열의 소리를 내고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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