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90% 무관세 제안”…태국, 대미 무역균형 선언에 협상 분수령
현지시각 17일, 태국(Bangkok)에서 태국 정부가 미국(USA)산 수입품의 90%에 대해 관세를 없애는 방안을 공식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36% 고율 관세 부과 경고에 대응해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고, 5년 내 양국 간 무역균형을 달성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양국 간 무역 협상이 경제성장과 교역 안정성을 가를 분수령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닌트 찰리사라퐁 태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이날 “태국이 세 번째 무역 제안서를 미국에 제출할 것”이라며 “이번 제안에는 미국산 약 1만개 품목에 대해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3년 안에 현 대미 무역 흑자를 30% 줄이고, 5년 내 완전 균형을 목표로 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고율 관세 도입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이다. 최근 미국은 태국의 무역 흑자 확대와 과거 합의 미이행을 이유로 36% 관세 검토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 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456억 달러(63조4천억 원)로, 미국 전체 수출의 18%를 차지했다. 한편 경쟁국인 베트남(Vietnam), 인도네시아(Indonesia)는 이미 미국과 유리한 무역 조건을 합의한 상태다.
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구체적 양보안도 언급했다. 찰리사라퐁 부회장은 “이번 제안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보다 큰 양보”라며 “미국산 원자재 수입을 확대하면 태국 제조업 경쟁력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국 측은 미국 디지털 서비스 기업에 대한 세금 면제, LNG(액화천연가스)와 보잉 항공기, 농산물 수입 확대 등 추가 논의 의제도 열어뒀다. 대신 미국산 관세율은 18~20% 수준으로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
협상 결렬 시 태국 내 수출 급감과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도 적지 않다. 태국 경제계는 “미국이 실제로 36% 고율 관세를 적용하면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며 태국 정부의 이번 제안이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임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태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고, 로이터통신(Reuters)은 “아세안 주요국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태국이 독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미-태국 무역협상의 성패가 동남아 교역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태국이 미국의 무역 압박에 실질적 양보를 내놓으면서, 지역 공급망 재편과 대미 수출 전략 변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조치가 향후 국제 관계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