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협력 재개·아세안+3 발전 기대”…박윤주, 일·중 외교수장과 첫 인사
한반도 평화와 지역 협력을 둘러싼 외교적 행보가 다시 분주해졌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일본, 중국 등 주요 이웃국과의 연대와 협력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외교 접촉에서 신정부의 전략과 외교방향이 확인되면서 정계와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됐다.
박 차관은 10일 오후 개최된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 “재개되는 한일중 3국 협력과 아세안+3 메커니즘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며 한중일, 동남아 국가들과의 다자협력 강화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또 “글로벌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아세안+3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며 동북아와 아세안의 공동 과제 해결에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는 아세안, 일본, 중국과 함께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아세안+3 협력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장에서는 박 차관이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등과 인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한국 외교 고위관계자가 일·중 외교수장과 공식 석상에서 조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관계 정상화 및 협력 복원을 위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박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새로운 정부에서 한국은 상호 신뢰·존중·이익에 기반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세안 회원국들의 한국 민주주의 신뢰에 감사의 뜻도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10월 채택된 ‘한-아세안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의 실천 계획인 2026~2030 행동계획(POA)이 새로 채택됐다. 기존 2021~2025년 POA에 평화, 전략대화, 초국가범죄, 한반도, 디지털전환, 광물, 기후변화, 사이버안보 등 새로운 분야가 추가됐다. 외교부는 “관계 격상에 걸맞은 전략적 협력 강화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특히 박 차관의 모두발언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북한을 겨냥한 직접 언급은 없었다. 다만, 그는 회의 중 “정부가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힘쓰며 대화 공간을 만들고, 한반도 평화·번영, 북핵문제 해결의 실질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아세안 및 아세안+3의 협조를 구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이는 최근 북한의 공개 도발이 뜸한 국면과 신정부의 유화적 외교 기조에 따른 변화로 해석된다.
박 차관은 이날 태국, 싱가포르와 별도 양자회담도 진행하며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한중일·아세안과의 실질 협력 및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