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류 가격 다시 오른다”…한국,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에 물가 부담 논란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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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7일, 한국(Republic of Korea) 정부가 석유류 가격 급등에 대응해 새해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의 추가 연장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석유류 소비자물가가 3년 만에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국내 생계비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 모두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내 논의지만 유가, 환율과 연결된 조세 정책이라는 점에서 국제 원유·정책 시장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한국의 석유류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3.7% 급등한 뒤 2023년 11.6%, 지난해 1.3%씩 떨어졌으나, 올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최근 상승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이 단계적으로 축소된 점이 지목됐다.

석유류 물가 3년 만에 2.1% 상승…새해 유류세 인하 연장 가능성 커져 / 국가통계포털(KOSIS)
석유류 물가 3년 만에 2.1% 상승…새해 유류세 인하 연장 가능성 커져 / 국가통계포털(KOSIS)

품목별로 보면 휘발유 소비자물가는 올해 1∼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7% 올랐다. 휘발유 가격은 2022년 15.3% 상승 후 2023년 10.2%, 지난해 0.1% 하락하며 조정을 거쳤지만, 올해 다시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경유 소비자물가는 같은 기간 2.7% 상승했다. 경유는 2023년에 15.2%, 지난해 3.8% 떨어졌으나 올해 들어 방향을 틀었다. 자동차용 LPG 소비자물가는 5.8% 올라 석유류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작년 3.7% 상승에 이어 오름폭이 확대된 셈이다.

 

정부 정책 변화도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줬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10%에서 7%로 줄였고,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 대해 적용하던 인하율도 15%에서 10%로 축소했다. 이 조정으로 ℓ당 휘발유 가격에 25원, 경유 가격에 29원의 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류세 인하 폭 조정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면서 시장 체감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집계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11월 30일∼12월 4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ℓ당 1.7원 오른 1천746.7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ℓ당 2.5원 상승한 1천662.9원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는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이 6주 연속 동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는 한국 가계의 생계비뿐만 아니라 물류·운송과 서비스업 전반의 필수 투입재로 분류된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총 1천 기준)에서 휘발유는 24.1, 경유는 16.3으로 반영돼 전체 물가 흐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석유류 가격 반등이 이어질 경우, 한국을 비롯한 교역 상대국의 수출입 비용과 글로벌 공급망에도 추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정부는 물가 안정과 재정 여력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새해 유류세 정책 방향을 저울질하고 있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유가, 환율, 물가 등 주요 변수를 지켜본 뒤 이르면 이달 중순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021년 말 이후 유류세는 18차례에 걸쳐 한시 인하 방식으로 유지돼 왔으며, 올해 말까지는 인하 기간을 2개월 추가 연장하되 인하율을 일부 줄이는 단계적 환원 방식이 적용 중이다.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국제 휘발유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내년 초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한꺼번에 종료하는 방안에는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다. 유류세 인하가 종료될 경우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해 내년 소비자물가 경로 전반에 추가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된다.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특성상, 이런 조세 변화는 곧바로 수입 물가와 교역 조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내년에도 일정 수준의 유류세 인하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석유류 가격이 시장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장기간 정책적으로 억제돼 왔다는 비판도 나온다. 세제 지원이 가격 신호를 왜곡해 에너지 소비 구조 전환을 지연시키고, 재정 건전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이 유사한 세제·보조금 정책을 채택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수요 조정 속도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유류세 연장 여부가 내년 자국 물가뿐 아니라 국제 유가 수요 전망과 에너지 정책 논의에 어떤 신호를 줄지 주목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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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석유류물가#유류세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