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3위 질주”…임성재·김시우, US오픈 첫날 강세→메이저 첫 우승 도전
가장 험난한 무대에서 펼쳐진 도전의 서막, 임성재와 김시우의 시선엔 흔들림이 없었다. 오크몬트의 거센 바람과 예측 불가한 그린에서, 두 명의 한국인이 메이저 최정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과거 하위권의 씁쓸함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이날의 상위권 진입은 벅찬 희망이었다.
2024년 6월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치러진 제125회 US오픈 1라운드는 세계 랭커 선수들이 줄줄이 주저앉을 만큼 어렵게 흘러갔다. 임성재는 첫날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엮어 2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임성재는 12, 13, 14번홀 연속 버디로 자신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1번과 2번홀에서도 과감한 공격 끝에 다시 버디를 올렸고, 한때 단독 선두까지 이름을 올렸다. 비록 후반 보기가 잇따랐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공동 3위로 라운드를 마쳤다.

김시우 역시 안정된 경기력으로 2언더파를 적립했다. 전반 두 타를 줄인 김시우는 후반 5번홀 보기를 한 뒤 6번홀에서 즉시 만회하는 뒷심을 보여줬다. 7번홀에서의 보기 이후 곧장 8번에서 버디를 잡는 끈기를 드러냈다. US오픈 8번째 무대에서 컷탈락에 익숙했던 과거를 딛고, 긴장감 가득한 필드 위에서 의연하게 이름을 올렸다.
김주형은 2오버파 72타로 공동 33위, 안병훈은 4오버파로 공동 62위에 자리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로리 매킬로이, 브라이슨 디섐보 등 정상급 골퍼들까지도 난코스 앞에 흔들리며, 오크몬트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했다.
US오픈 125년 역사에서 아직 한국인의 우승은 없었다. 이날의 순위표는 그 한계를 돌파할 신호로 읽혔다. 임성재는 “어려운 코스에서 경기력을 잘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 집중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김시우 역시 “US오픈 무대에서 자신감을 찾았다”며 각오를 다졌다.
살아 움직이는 풀잎, 깊은 벙커, 숨 막히는 18홀의 긴장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두 명의 발자국이 세월을 넘어 페어웨이에 남았다. 14일 열리는 2라운드를 앞두고, 임성재와 김시우가 메이저 첫 우승이라는 한국 골프의 새 역사를 써내려갈 시간이 머지않았다. 이 서사는 PGA 투어와 세계 골프계에도 잔잔한 파문을 불러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