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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혼 속 리그의 전설”…샌드버그, 컵스와의 영원한 이별→숫자로 남은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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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혼 속 리그의 전설”…샌드버그, 컵스와의 영원한 이별→숫자로 남은 유산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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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짙게 내려앉은 리글리필드는 묵직한 슬픔과 헌사의 시간에 물들었다. 40년을 관통하는 23번의 신화, 시카고 컵스의 전설 샌드버그가 암 투병 끝에 떠났다는 소식에, 경기장은 잠시 멈춘 듯한 숭고함으로 뒤덮였다. 팬들의 손엔 오래전 그의 눈부신 수비와 진한 함성이 담긴 유니폼이 들렸고, 구단의 동상 곁에는 추모 꽃다발이 쌓였다.

 

샌드버그는 7월 29일, 미국 자택에서 가족 곁에서 눈을 감았다. 구단은 공식 발표를 통해 샌드버그가 생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보내며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2023년 1월 전립선 암 진단을 받았고, 병마와의 긴 사투 끝에 65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후에도 컵스의 상징으로 남아 온 샌드버그의 별세는 컵스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전체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리그전설 마지막 인사”…샌드버그, 암 투병 끝 별세 65세 / 연합뉴스
“리그전설 마지막 인사”…샌드버그, 암 투병 끝 별세 65세 / 연합뉴스

197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시작해 1982년 컵스로 이적, 1997년까지 시카고 컵스의 내야를 지키며 빅리그 2천164경기에 출전한 샌드버그는 통산 타율 0.285, 282홈런, 1천61타점, 344도루를 남겼다. 1983년부터 1991년까지 9년 연속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7회의 NL 실버슬러거, 10차례 올스타 선정, 1984년 NL 최우수선수(MVP) 수상 등 샌드버그는 양면 모두에서 리그 최고 선수임을 증명했다.

 

등번호 23번은 컵스 영구결번으로 팬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2005년 명예의 전당 입성, 지도자 생활 등 현역 시절의 열정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필라델피아 감독 역임, 구단의 지속적 기억 속에 존재해 온 샌드버그의 업적은 해를 더할수록 깊이를 더했다. 2023년 홈구장 앞 동상 제막, 2024년 대규모 추모 행사로 컵스 역사의 한 축이 됐다.

 

구단은 공식 성명을 통해 샌드버그를 구단 150년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자, 컵스의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회고했다. 팬들의 진심 어린 추모와 아낌없는 존경 속에 돌아오는 경기마다 샌드버그의 이름은 영원히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손끝에 담긴 수비 한 조각, 야구장을 가득 수놓은 투혼, 그리고 영원한 인사. 샌드버그의 서사는 이제 숫자와 기억으로 남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각인된 23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시간. 시카고 컵스 구단은 올여름 잔잔한 추모와 함께, 더욱 깊은 노란 조명을 리글리필드에 비추고 있다.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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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버그#시카고컵스#리글리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