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원 메가 핀테크 출격 앞두고 1% 약세” 네이버, 두나무 편입 공식화에 차익 매물 출회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의 계열 통합 추진 소식에도 네이버 주가가 약세를 보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대형 호재가 공식화되자 차익 실현 매물이 몰리며 단기 조정 양상이 나타난 가운데, 시장에서는 20조 원 규모 메가 핀테크 플랫폼 출범이 국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날 오전 9시 2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14% 내린 26만500원에 거래됐다. 주가는 장 초반 1.52% 하락한 25만9천500원에 출발해 개장 직후 25만2천원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하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에 두나무를 편입하는 대형 이벤트가 확정되면서 재료 노출에 따른 셀온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는 전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두나무를 네이버 계열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거래에서 주식 교환 비율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1대 2.54로 책정됐으며, 두나무 보통주 1주는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2.54주로 교환되는 구조다. 업계는 기업가치 5조 원으로 평가된 네이버파이낸셜과 약 15조 원 규모로 산정된 두나무가 결합하면서 총 20조 원 수준의 메가 핀테크 플랫폼이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의 지배 구조 변화와 이익 성장 효과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주식 교환 절차 종료 후에도 네이버파이낸셜 1, 2대 주주의 의결권을 확보해 연결종속법인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이러한 지배 구조를 바탕으로 합병 정착 시점인 2027년 이후 네이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 포시마크와 왈라팝 등 네이버의 인수·합병 사례에 대해 투자자들이 성장 스토리와 시너지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번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통합은 시장이 공통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성장 동력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가상자산과 스테이블 코인과 연계된 신규 수익 축이 더해질 경우 기존 광고, 커머스, 콘텐츠에 이어 핀테크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장 궤도를 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안 연구원은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결합할 경우 관련 인프라와 고객 접점을 동시에 확보해 스테이블 코인 비즈니스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비트가 가진 국내 최대 가상자산 투자자 기반과 네이버의 플랫폼 파워가 결합하면 결제, 송금, 자산관리 등 영역에서 새로운 제품이 쏟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AI 기술 경쟁력과의 결합 가능성도 주목 대상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두나무가 국내 1호 가상자산 사업자로서 거래소 규모 기준 국내 1위, 글로벌 4위 수준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 흐름과 맞물리면서 디지털 금융 산업 내 새로운 강자를 탄생시킬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계열 통합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 과정에서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는 지적이다. 서 연구원은 합병 이후 신설 법인의 상장 가능성과 구체적인 시기, 향후 성장 전략, 연결 재무제표 편입 여부 등에 따라 네이버 기존 주주들이 네이버와 통합 법인의 투자 매력을 비교 평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 자금이 어떤 종목으로 이동할지에 따라 네이버 주가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잠재 변수로 거론된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기존 주주는 내년 5월 예정된 합병에 반대할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각 회사에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2천억 원을 넘어설 경우, 계약 조건이 당사자 간 협의로 재조정되거나 거래 자체가 해제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금 조달 여건과 시장 상황에 따라 거래 구조가 일부 수정될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편 네이버와 두나무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네이버 1784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계열 통합 추진과 관련한 중장기 사업 전략을 공개할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전날 이사회에서 확정된 통합 방안을 토대로 디지털 금융, 가상자산, 핀테크 분야에서 양사가 구상하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어떤 구체적 로드맵과 수익 모델을 내놓을지에 따라 향후 주가 흐름과 업계 재편 속도가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