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심의권 박탈 논란”…내란특검, 이주호·박종준 소환해 윤석열 혐의 추궁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싸고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과 이주호 교육부 장관,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이 정면 충돌했다. 내란과 외환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며, 국무회의 소집 시점과 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 쟁점에 대한 정치권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4일 오후,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각각 5시간, 13시간 동안 소환해 조사했다. 이주호 장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참고인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밝혔으나, ‘국무위원으로서 이행하지 못한 권한이나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별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조은석 특별검사는 이 장관을 상대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소집 통보를 받지 못한 경위와 국무회의 참여 배제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특검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정족수를 맞추는 과정에서 특정 인물만 소집 통보를 받은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며, 일부 국무위원들이 계엄 심의 권한을 박탈당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주호 장관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는 참석했으나,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는 소집 통보를 받지 못해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앞서 국무회의 소집 실무를 담당한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김정환 전 수행실장, 그리고 국무회의 개최 의혹이 불거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국무위원 다수를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바 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개별 소환 조사를 통해 전체 절차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증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약 13시간 동안 특검 조사를 받은 끝에 5일 새벽 2시 30분경 서울고검 청사를 빠져나왔다. 박 전 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체포영장 집행 저지나 비화폰 정보 삭제 지시를 받았느냐’는 언론 질의에 “지금은 밝힐 입장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다만 “수사 과정에서 소상히 말했다”고 짧게 언급했다. 특검은 박 전 처장을 상대로 지난해 계엄 사태 발생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 지시 여부, 비화폰 정보 삭제 경위 등 핵심 혐의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검사팀은 최근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을 17시간 가까이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고, 김 전 차장은 비화폰 정보 삭제와 관련해 “지시받은 바 없다”며 박 전 처장이 당시 경호처 최종 책임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전 처장은 “여러 가지 관련된 사항들을 수사 과정에서 소상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특검은 추가 도주 우려 등을 들어 박 전 처장과 김 전 차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상태다. 특별검사팀은 앞으로도 국무위원 전체 소환, 경호처·국정원 주요 인사 조사 등 절차를 이어가며 내란 및 외환 혐의 전모 규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특검 소환 조사가 향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국회는 비상계엄 선포 절차의 위법성 여부와 관련해 차기 회기에서 본격적인 쟁점화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