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현대화 논의 본격화”…미국, 인도·태평양 확장 구상에 한국 부담 커져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미국이 한미동맹의 현대화 논의를 주도적으로 제안하며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외교 협의에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한반도 밖에서의 동맹 역할 확대를 강조해 한국 정부의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달 10일부터 11일까지 서울에서 케빈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와 홍지표 외교부 북미국장 간에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한미동맹 현대화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외교부는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고,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을 호혜적으로 현대화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는 한반도 방위에만 머물지 않고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일대까지 한국의 관여를 요청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미국이 대만해협 등에서 중국과 충돌할 때 한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미국 측에 동참하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미측은 한국의 국방비 부담 인상, 미군 전략자산 운용 비용 분담 확대, 주한미군 배치 유연화 및 역할 조정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당국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 같은 동맹 현대화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협의가 원만히 진행된다면 미국과의 통상 협상 등 외교 현안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갈등 고조 시 국익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의는 또 한미 외교차관 회담, 미 필리핀 상호방위조약 확장 등으로 이어지며, 미국의 새로운 동맹 전략이 아시아 전체로 확산 중임을 시사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국이 필리핀과의 조약을 남중국해와 태평양 전역으로 확대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만 유사시 필리핀, 나아가 한국까지 동맹 망에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의 동맹 현대화 논의는 조 바이든 행정부 이전부터 제기돼 왔으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 2023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등도 유사한 구상을 언급한 바 있다. 최근엔 그 수위와 현실화 요구가 뚜렷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는 미국이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임무 확대 등 실질적 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정건 경희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수사적 차원을 넘어 주한미군 작전의 용도와 배치를 구체적으로 합의하길 원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가 초래할 지정학적 위험성을 미국에 설득하고 한국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점을 두고 미중 간 경쟁 구도가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향후 협의추이에 따라 전략적 입장 표명과 국익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