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올스타의 특별한 만남”…이병규-이승민, KBO 올스타전 동행→성장 서사에 시선
부자(父子)가 나란히 하나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는, 야구의 기록 너머 잔잔한 울림으로 가득했다. 두 명의 이름엔 세월과 도전, 그리고 함께 견뎌온 가족의 역사가 쌓여 있었다. 팬들도 잠시 숨을 고르며, 흔치 않은 야구 서사의 중심에 놓인 이 순간을 마음에 새겼다.
11일 2025 KBO 퓨처스 올스타전 북부리그에서는 LG 트윈스 2군 감독 이병규와 SSG 랜더스의 신예 외야수 이승민 부자가 각각 코치와 선수로 선정돼 함께 출전했다. 이승민은 휘문중, 휘문고를 거쳐 SSG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0순위로 지명됐고, 데뷔 시즌인 지난해 퓨처스리그 66경기에서 타율 0.285, 3홈런, 20타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24년 전반기에도 39경기에서 타율 0.276, 1홈런, 18타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고, 이번 대회 북부리그 올스타 외야수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선정돼 존재감을 증명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LG 2군 감독에 부임한 이병규는 코치진 자격으로 올스타전에서 아들과 같은 팀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민은 “아버지와 함께 이동하며 특별한 추억이 될 것 같았다”며, “어릴 땐 멀리서 아버지의 올스타전을 지켜봤는데, 이제는 같은 무대에 서서 더욱 뜻깊다”는 소감을 전했다. 부담보다는 긍정적 동기부여가 크다고 밝힌 이승민은 “아버지 덕분에 야구에 더 애착을 갖고 꿈을 키울 수 있었다”며, “이병규의 아들이 아닌 이승민이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겠다. 언젠가는 아버지에게 ‘이승민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붙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승민은 또한 어머니 류재희 씨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어머니가 새벽마다 도시락을 챙겨주셔서 지금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 그래서 야구에 더 진심을 담게 됐다”며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덧붙였다.
경기 시작 전 이병규 감독은 아들과 기념사진에는 응했지만, 인터뷰 권유에는 쑥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위를 미소 짓게 했다. 부자가 함께 이뤄낸 이날의 한 팀 등극은 KBO 퓨처스리그 역사상 보기 드문 장면으로 남았다.
야구계의 시선은 앞으로 이승민이 1군 무대에서 풀어갈 이야기에 오래 머물 전망이다. 가족을 품은 그라운드는 언제나 새로운 꿈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