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결승선 통과”…김민규, 35㎞ 경보 도쿄 현장 혼선→DNF 처리 파문
경기장 안팎의 공기도 뜨겁게 달아오른 날이었다. 김민규는 결승선을 향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도쿄 대회장을 내달렸다. 5위로 골인하는 순간, 의원석부터 관중석까지 짙은 환호와 함께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완주를 축하해야 할 순간, 전광판에 ‘DNF’라는 세 글자가 박히는 혼돈의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13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및 인근 경보 코스에서 열린 2025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35㎞ 경보에서 김민규는 자신의 첫 세계선수권 무대를 펼쳤다. 2㎞ 코스를 15바퀴나 반복해 돈 뒤 경기장 진입 지점에서 경기 운영요원의 안내에 따라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실제 규정상 반드시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하는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결과, 김민규의 완주소감 대신 ‘완주 실패(DNF)’가 공식 기록에 남았고, 현장에서는 안타까움이 번졌다.

김민규의 최종 28㎞ 통과 기준 기록은 2시간06분44초, 엔트리 50명 중 27위였으며, 중위권 내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장 내 요원의 부정확한 안내로 인해 33㎞만을 소화한 채 레이스를 마친 것이 뚜렷이 드러났다. 대한육상연맹은 현장에서 곧바로 조직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상소를 요청했으나, 세계육상연맹은 오사카 대회에서의 전례를 들어 ‘DNF’ 처리 방침을 고수했다.
이번 대회 남자 35㎞ 경보 금메달은 에번 던피가 2시간28분22초에 차지했다. 2위 카이오 본핌과 3위 가쓰키 하야토 역시 혼전의 흐름 속 완주에 성공했다. 여자 35㎞에서는 마리아 페레스가 2시간39분01초로 2연패 가지런히 이어가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경기 현장에서는 관중들은 허탈함 속 김민규의 이름을 다시금 불렀다. 대한육상연맹의 공식 절차적 이의제기에도 세계육상연맹의 판단은 번복되지 않았다. 아쉬움을 남긴 도쿄의 오후, 김민규의 잰걸음과 헌신은 비록 '공식 순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도전의 기록은 또 한 번 현장에 남겨졌다.
도시의 분주함 속에도 흔들리지 않고 트랙을 누비던 선수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응원의 여운을 안긴다. 이번 대회 경기와 심판 판정, 선수들의 치열함은 9월 13일 오후, 스포츠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